미국의 세계적 커피체인인 스타벅스엔 최근 직원 10명의 '린 팀(lean team)'이란 새로운 부서가 생겼다. 이 팀을 이끄는 스콧 헤이든 부사장이 하는 일은 한 손에는 초시계,다른 한 손엔 유명 조립 장난감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를 들고 매일같이 미 전역의 점포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는 장난감의 눈과 코,입 등 각 부위를 해체한 뒤 각 매장의 점장과 커피를 직접 만드는 직원인 바리스타들에게 다시 조립하도록 지시한다. 그저 한두 번이 아니라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른 속도로 조립할 수 있을 때까지 '죽도록' 시킨다. 커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작업을 헤이든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시키는 이유는 바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생산 시스템인 '린 경영(모든 생산공정에서 시간과 물자 낭비를 최소화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의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경기침체로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스타벅스가 도요타의 린 경영 개념을 도입해 불황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 점포 바리스타들의 근무 능률을 높이고 커피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대기 시간을 단축해 비용 절감과 더불어 고객 만족도 향상을 함께 노린다는 전략이다. 헤이든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장난감 조립 속도전'을 시키는 이유도 장난감 조각들을 빨리 맞추는 데 필요했던 노하우를 커피 만들기에 적용해 1인당 생산성을 높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의 린 팀에서 각 점포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동선(動線) 줄이기다. 우선 커피원두를 꺼내기 위해 카운터 아래로 허리를 구부려야 했던 방식을 바꿔 원두를 카운터 맞은편에 올려놔 시간을 아낀다. 또 볶은 원두의 종류마다 서로 다른 색깔 스티커를 붙여 직원들이 알아보기 쉽게 한다. 지난해 맨 처음 린 방식을 도입한 스타벅스 오리건주 매장에선 커피 한 잔을 만드는 시간이 평균 25초에서 23초로 2초 줄었다. 만드는 방법이 다소 복잡한 프라푸치노의 경우 45초에서 8초나 단축됐다.

관련 업계에선 스타벅스의 이런 변화가 일단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17만6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벅스는 연간 매출의 24%인 약 25억달러가 매년 인건비로 나갈 정도로 고용 관련 지출이 높다. 헤이든 부사장은 "걷고 꺼내고 구부리는 식의 움직임이 바리스타가 보내는 시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자잘하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걷어낼 수 있다면 똑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며 고급스러운 카페 이미지를 강조했던 스타벅스가 결국 맥도날드나 던킨도너츠 등 패스트푸드 체인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회사가 바리스타를 로봇으로 만들고 있다. 카페가 공장으로 바뀌고 직원들의 모든 움직임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스타벅스 내부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