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곧게 펴고 온 몸에 힘을 빼십시오.턱은 약간 안으로 당기는 게 좋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호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찰해보세요. 그리고 호흡에 끼여드는 상념들과 저림,결림 등 감각의 변화도 살펴보세요. 또 감각의 변화에 따른 마음의 변화과정도 낱낱이 관찰해보세요. "

지난달 30일 저녁 7시쯤 서울 목동역 인근의 한별신경정신과 안쪽 차실(茶室).이 병원 최훈동 원장(55)이 수행에 뜻을 둔 5명과 함께 통찰명상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안내한다.

통찰명상은 호흡관찰부터 시작해 자신의 몸과 행동,마음에 대한 철저한 관찰을 통해 심신의 평화를 찾는 수행법.명상수행의 양대 요소인 집중과 관찰,초기 불교 용어로는 사마타와 위파사나,한문으로는 지(止 · 집중 또는 선정)와 관(觀 · 관찰)을 동시에 행하는 수행법이다. 경기도 김포 한별정신병원 원장이기도 한 그는 목요일 저녁마다 수행에 관심있는 이들과 이 차실에서 1시간가량 통찰명상을 한 뒤 30분간 수행 내용과 의문점에 대해 차담(茶談)을 나눈다.

"수행을 하다보면 세 가지 적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잡념,졸음,통증입니다.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잡념이 쳐들어와 명상을 방해합니다. 오래 앉아있으면 무릎이 저리고 아파오기도 하고,졸음 때문에 집중과 관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수행을 계속하면 이런 방해꾼들에 빼앗기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 시간이 10분,20분 늘어나다 보면 평소 좌선을 하지 않고도 자기 자신을 관찰할 힘이 생기지요. "

자신의 호흡과 잡념,신체의 통증과 감각을 관찰해 뭘 얻을 수 있을까. 최 원장은 "흐르는 강물에 떠 가는 종이배를 바라보듯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그 종이배에 태워 무심하게 바라보라.좋다,싫다 하는 생각도 없이,고통스럽다고 해서 피하거나 없애려는 마음도 없이 있는 그대로 몸과 마음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라"고 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나라고 여겼던 화나 통증,괴로움 등 몸과 마음의 반응이 한순간 일어났다 꺼지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화가 치밀 경우 "아,내 안에서 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최 원장은 설명했다.

최 원장은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마주친 고통을 이 같은 통찰수행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서울 구로동에 정신과의원을 열어 13년 동안 인술을 폈던 그는 1996년 더 많은 이의 유익을 위해 김포에 치료공동체를 지향하는 한별정신병원을 열었다. 그러나 이듬해 닥친 외환위기로 병원은 개원 2년 만에 부도위기에 몰렸다. 피가 마르는 고통도 체험했다.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남양주 봉인사에서 위파사나 수행을 처음 접하고 깊은 체험을 얻었다. 이어 2003년 봄 천안 호두마을에서 미얀마의 우 자나카 사야도가 진행하는 3주간의 위파사나 집중수련에 참가해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최 원장은 "집중수련 보름이 지났을 때 식사를 준비하다 '지금 여기에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고 30분가량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며 "심신이 정화된 상태를 체험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고통과 나를 분리시켜 보니까 현실은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지더군요. 집중수행을 하기 전에는 병원과 현실이 곧 나라고 생각해 사면초가였고,쥐구멍만큼도 빛이 들어올 곳이 없는 암흑천지였죠.그러나 '거리두기'를 통해 고통과 내가 한 몸이 아님을 체험하고는 집착과 중압감에서 벗어났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매순간 지금 여기서 담담히 최선을 다할 뿐 더 이상 고통에 끌려다니지는 않게 됐지요. "

이후 최 원장은 매일 오전 30분~1시간 정도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병원에서도 환자가 없는 시간에는 차실에서 명상을 한다.

그는 "문전옥답도 가꾸지 않으면 황무지가 되고 만다"며 "병원에서 상담을 하든 전화를 받든,버스를 타고 가든 언제 어디서나 깨어있는 마음으로 내 마음과 행동을 잘 관찰해야 마음밭을 옥답으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kildong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