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인수 추진과 관련해 "지금은 산업은행의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초부터 KAI 지분 매각 작업을 벌여온 산은과 한진 간에 물밑 협상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조 회장은 "그러나 아직까지 지분 인수 규모나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워했다.

KAI 지분 매각은 이르면 올 10월께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KAI 지분을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구체적인 매각 시기나 방법 등은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종합 항공기 제작회사로 한국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시제 1호기를 공개했다. KAI 지분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30.53%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20.54%씩 갖고 있다. 나머지 7.85%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이다.

산은은 지난 4월 현대차 등 KAI 지분 보유 기업들에 공동매각 참여의사를 묻는 문서를 발송했고 이들은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산은에 구두로 전달한 상태다. 국내에서 KAI를 인수할 수 있는 후보로는 한진 외에도 한화그룹 등이 꼽히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이후 KAI 인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인수 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최근 내부적으로 인수검토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제/장창민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