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홀가분합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은 31일 오전 서울 신문로 본사에서 열린 신임 회장 취임식 참석에 앞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는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지난 28일 퇴진 기자회견 때와 달리,큰 고비를 넘긴 여유가 묻어났다. 박 명예회장은 "나는 이제 짐을 털어버렸다"며 "그래서 지금 아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대우건설 재매각을 결정한 데 이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동반퇴진을 직접 발표하는 등 쉽지 않았던 고뇌의 과정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로 들렸다.

대주주이자 명예회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룹 경영을 돕고 박찬법 회장 체제를 든든히 지원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그룹이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잘 도와달라"며 "특히 신임 회장이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그룹 안팎의 지원을 당부했다. 옆에 있던 박찬법 신임 회장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잘 지켜봐 달라"고 했다.

박 명예회장은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기자 질문에 잠시 회상에 잠겼다. 그리고는 크게 숨을 내쉬며 "나중에 대포라도 한잔 하고 싶다"고 답했다. "(본지 기자에게) 부르면 오겠냐"고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동반퇴진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9일부터 매일 이른 새벽 서울 신문로 본사로 출근,평소대로 27층 집무실에서 그룹 현안을 챙기고 있다. 30일에는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향후 그룹 경영과 구조조정 진행 방향에 관해 협의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기존 계획대로 매듭짓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되) 대주주로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