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1,500m도 우승하고 싶다."

박태환(20.단국대)의 자유형 중장거리 종목 경쟁자인 장린(22.중국)의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장린은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서 열린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800m 결승에서 7분32초12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이 2005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종전 세계 기록(7분38초65)을 무려 6.53초나 앞당기며 이 종목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선수가 됐다.

중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경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장린이 처음이다.

장린은 8월1일 열릴 남자 자유형 1,500 예선에서 박태환과 레이스를 펼친다.

박태환으로서는 아시아 수영의 미래를 함께 짊어지고 나가야 할 맞수 장린의 무시무시한 성장세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주 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예선 탈락한 데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을 떠나 개인 최고 기록에도 턱없이 모자란 성적이라 실망이 컸다.

반면 장린은 자유형 400m에서도 파울 비더만(독일), 우사마 멜룰리(튀니지)에 이어 3분41초35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더니 800m에서는 자신의 우상인 해켓이 4년 동안 갖고 있던 세계 기록마저 크게 앞당기며 중국은 물론 세계 수영사까지 새로 썼다.

자유형 400m 종전 아시아 최고 기록은 박태환이 갖고 있었다.

400m 결승에서는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1,500m 금메달리스트인 멜룰리에게 뒤졌지만 800m 결승에서는 멜룰리를 2위로 밀어냈다.

초반 200m까지는 앞섰던 멜룰리도 7분35초27로 해켓을 기록을 뛰어 넘었지만 장린의 무서운 페이스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장린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해켓의 기록보다 훨씬 빨랐다니 아직도 놀랍다.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린은 2007년부터 호주 전지훈련 중 해켓의 옛 스승이었던 데니스 코터렐로부터 지도를 받아 왔다.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눈물을 보였던 장린은 이날도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장린은 "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놓쳐 슬퍼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세계선수권대회 경영 종목 사상 중국의 첫 번째 금메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장린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자신의 방에 박태환의 사진을 걸어 놓고 매일 보면서 경쟁심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제는 해켓의 사진을 걸어놓아야겠다. 그는 나의 우상이다"라고 말했다.

장린은 이날 결승전이 열리기 전 코치에게 "어떻게 헤엄을 쳐야 할 지 모르겠다.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시상대 맨 꼭대기에 우뚝 섰다.

장린은 "오늘 우승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새로운 각오를 드러냈다.

(로마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