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ㆍ그릴 디자인…名車들엔 특화된 DNA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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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의 패밀리룩
BMW의 전면 그릴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두 개의 신장(腎臟)을 닮았다고 해서 '키드니(kidney) 그릴'(사진 1)이란 별명이 붙었다. 1933년 베를린 모터쇼에 소개된 303 시리즈에 처음 적용한 그릴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BMW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크라이슬러도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를 갖고 있다. 은빛 날개로 불리는 윙 로고와 보통차의 두 배는 될 법한 육중한 크기의 사각형 그릴(사진 2)은 멀리서 봐도 크라이슬러 차량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처럼 저마다의 '패밀리 룩(family look)'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차체 디자인은 조금씩 바뀌지만 패밀리 룩은 마치 몸속의 DNA처럼 유전된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현대 · 기아자동차도 패밀리 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그릴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폭스바겐 등 독일 '빅3'가 명차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품질이다. 여기에 그들만의 패밀리 룩을 통해 형성한 브랜드 정체성도 큰 몫을 했다. 예컨대 중세 기사의 방패 모양에서 따온 폭스바겐의 라디에이터 그릴(사진 3)은 성능 좋은 독일차라는 자부심을 상징한다. 헤드라이트를 살짝 덮는 느낌으로 보닛(엔진룸 덮개)이 약간 돌출된 것도 폭스바겐 패밀리 룩을 완성시켜 주는 디자인 요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항상 메르세데스벤츠로 보여야 한다'는 디자인 철학을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패밀리 룩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신형 'GLK 클래스'만 해도 수직과 수평선이 대담하게 가로지르는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삽입한 대형 로고(사진 4)는 그대로 계승됐다.
BMW는 키드니 그릴 외에 일명 '엔젤 아이'라고 불리는 헤드라이트를 패밀리 룩으로 채용하고 있다. 헤드램프를 보면 노란색 테두리가 마치 태양 주변의 코로나처럼 보인다고 해서 엔젤 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우디의 경우 전면부의 사다리꼴 프레임만 보면 멀리서도 아우디 차량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포르쉐 DNA'도 스포츠카인 911에서 SUV인 카이엔에 이르기까지 전 차종에 흐른다. 보닛보다 높게 솟아오른 헤드램프,앞바퀴 간 폭보다 뒷바퀴 간 폭이 넓은 사다리꼴 구조 등이 특징이다.
◆선(線) 하나에 영혼을 담다
일본 업체들은 렉서스,인피니티 등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패밀리 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렉서스는 '엘피네스(L-finesse)'라는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함과 섬세한 우아함을 LS,GS,ES,IS 등 전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그릴을 헤드램프보다 낮게 배치해 프런트 부분이 역사다리꼴 이미지를 갖도록 설계했고,직선과 직선이 만나는 부분에는 어김없이 렉서스 특유의 화살촉 모양(사진 5)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피니티는 G35 세단을 시작으로 L자형 헤드램프를 패밀리 룩으로 채택했다. 날렵하고도 세련된 느낌의 더블 아치형 그릴(사진 6) 또한 인피니티의 패밀리 룩이다. 그릴의 가로선은 동양의 검을 닮았다.
지금은 인도 타타모터스에 팔렸지만,한때 영국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지던 재규어는 '라이온스 라인'(사진 7)으로 유명하다. 고양이 눈을 연상시키는 네 개의 헤드라이트와 재규어의 몸 곡선에서 따온 보닛의 곡선은 재규어만의 특징이다.
푸조의 디자인도 '고양이과(feline)'에 속한다. 펠린 룩으로 불리는데 크리스털 헤드라이트(사진 8)는 고양이 눈을 닮았다.
스웨덴의 명차 볼보는 근육질의 남성 같은 탄탄한 차체 곡선을 갖고 있다. 유선형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꾸준히 변모하고 있긴 하지만 '숄더 라인'(사진 9)이라 불리는 전면 곡선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연상시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