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공선희씨(36 · 가명)는 최근 한 증권사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도 하나 만들었다. CMA가 은행 월급통장보다 수익률이 더 높다는 점은 잘 알고 있었지만,체크카드 및 현금카드만 발급돼 계좌 잔액 범위 내에서만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이후 각종 공과금 납부 계좌를 기존 은행 월급통장에서 증권사 CMA로 교체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공씨는 "'CMA 체크카드'를 쓸 때는 계좌 잔액보다 비싼 물건은 살 수 없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이제 신용카드 기능까지 가능하고 금리도 은행 보통예금보다 높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말 CMA로 월급통장을 바꿔볼까' 하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기능 더해진 CMA
CMA가 은행 보통예금보다 수익률(이자)이 더 높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일반인들이 월급통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꺼렸던 이유 중 하나가 CMA 계좌로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제 소액결제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잇따라 관련 신용카드를 선보이면서 CMA가 한단계 더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CMA는 현금카드와 체크카드 기능만 제공했다. 신용공여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 범위를 넘어선 물건을 구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단점이 CMA 신용카드의 보급으로 한순간에 사라졌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할부거래도 가능해졌으며,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증권사 CMA가 기존 은행통장과 기능면에서 거의 부족함이 없어진 것이다. 당연히 CMA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관심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증권사들 역시 CMA 신용카드 마케팅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굿모닝신한 대우 동양종금 미래에셋 삼성 HMC투자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증권 등이 CMA 신용카드를 발급 중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선보인 신용카드에는 다양한 부가 기능이 포함돼 있다.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갖가지 제휴 카드도 추가하는 양상이다.
◆신용카드 포인트로 펀드 투자
증권사들이 발급하는 CMA 신용카드는 카드사들이 기존에 발급 중인 신용카드 상품을 CMA 계좌에 연계시켜 사용하도록 하는 게 기본 구조다. 여기에 증권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혜택을 추가해 CMA 신용카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선보인 신용카드 상품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신한카드와 손잡고 3가지 종류의 신용카드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하나인 '빅플러스GS칼텍스 카드'는 고객이 결제 CMA 계좌를 통해 금융거래를 할 때마다 보너스 현금을 적립해주고,이렇게 쌓인 현금은 이 증권사에서 가입한 펀드에 자동으로 투자하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다만 보너스 현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약간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카드는 △신용카드 30만원 이상 사용시 사용금액의 0.7%(7000원 한도) △주식형 및 혼합형 펀드 가입 금액의 0.1%(3만원 한도) △온라인 주식 거래시 수수료의 5%(3만원 한도)를 합산해 매달 최대 6만7000원까지만 보너스 현금을 지급한다.
현대증권의 '현대CMA프로 신용카드'는 신한카드,우리은행,현대카드 등 3개 회사와 제휴를 맺고 회사별로 2개씩 총 6개의 신용카드 상품을 선보였다. 6개의 상품은 △주유 △쇼핑 △외식 △뷰티 △골프 등에서 각각 자신만의 강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기존 신용카드와 달리 '현금 입출금 카드 기능'을 추가한 것도 장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부자아빠CMA 신용카드'는 신한카드(3종류),기업은행(2종류),우리은행(2종류),현대카드(2종류) 등 총 9개의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고객들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9개에 이르는 상품을 선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한카드와 기업은행에서 발급하는 카드는 캐시백 서비스를,우리은행과 현대카드를 통한 경우는 사용금액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받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