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인식 기술이 더 진화하면 리모컨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리모컨의 움직임 대신 사람의 관절 동작을 읽어 TV나 게임기를 작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관절의 움직임을 읽는 기술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실용화 직전 단계에 와 있다. 선두주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 회사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E3'에서 인간의 48개 관절 움직임을 적외선 카메라로 인식,게임에 활용하는 '나탈 프로젝트'(사진)를 소개해 '베스트 하드웨어' 상을 받았다. MS는 이 기술을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X박스360에 적용,이르면 내년 말께 선보일 계획이다.

나탈 시스템은 카메라와 마이크,이를 구동하는 특수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음성과 안면 및 전신 움직임 인식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컨트롤러 없이 온몸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자동차 핸들 없이도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실제와 같은 격투 동작으로 게임 속 캐릭터와 한판 승부를 겨룰 수도 있다.

나탈은 게임기 용도로 만들어진 기술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TV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TV가 게임기 역할을 하는 융합 기기의 등장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기술의 응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 기술을 적용,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원어민 교사를 고용하느라 비싼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학생들의 혀와 턱 관절의 움직임을 인식,잘못된 발음을 교정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나 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스포츠 교육용 프로그램도 등장할 수 있다.

집안 곳곳에 동작 인식 센서를 설치하면 각종 디지털 기기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수고를 없앨 수 있다. 예컨대 검지 손가락을 허공에 드는 동작은 전등을 켜겠다는 의미라는 것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손가락 놀림만으로 전등을 켤 수 있게 된다. 컴퓨터 조작용 기기인 마우스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동작 인식 기술을 컴퓨터에 적용하면 손가락으로 아이콘을 가리키는 것만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작 인식 기술이 대중화되면 '사람의 언어'와 '디지털 수화' 두 가지를 알아야 사회생활이 가능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