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는 격변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브랜드 간 새로운 짝짓기가 그 한 예다. 지난달엔 GM이 사브를 매각키로 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사브의 새로운 주인은 코닉세그.이름도 생소한 이 브랜드는 불과 45명의 인원으로 연평균 20대의 스포츠카를 만드는 업체다. 하지만 세계 슈퍼카 시장의 판도를 흔들 만큼 시속 300㎞가 넘는 최고의 스포츠카를 생산해 내고 있다.

혹시나 사브가 중국으로 팔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스웨덴 국민들은 사브의 귀환에 감사해 하면서도 소규모의 슈퍼카 업체가 대형 자동차 업체를 인수했다는 데 의아해 하기도 했다.

코닉세그는 22살의 청년 엔지니어 크리스찬 폰 코닉세그가 1994년 스웨덴의 안젤홀루에서 30여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회사다. '아니,22살의 청년이 어떻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스웨덴 귀족 출신인 그의 배경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코닉세그의 자동차 로고 역시 그의 가문이 16세기 신성로마제국 당시 사용하던 문장이다. 실제로 그는 실력과 더불어 든든한 부와 인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으며,특히 이번 사브의 인수도 유럽투자은행의 보증을 바탕으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코닉세그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코닉세그의 대표모델 'CCR'가 나오면서부터다. 2005년 가장 빠른 차로 알려진 '벤츠 맥라렌 F1'의 최고속도(시속 386.7㎞) 기록을 388㎞로 경신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후 '부가티 베이론'에 의해 다시 이 기록이 깨지고,SSC 얼티밋 에어로가 또 다시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이들 업체 간의 최고 속도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코닉세그 역시 2006년에 'CCX'라는 신차를 내놨다. CCX는 미드십 엔진의 로드스터로 'Competion Coupe X'의 약자다. X는 1996년 처음 생산된 CC의 1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다. 4.7ℓ 8기통 엔진에서 뿜어낼 수 있는 파워는 최대출력 806마력으로 시속 200㎞를 내는 데는 9.8초면 충분하다. 업체에 따르면 도로 상황과 휘발유의 옥탄가에 따라 최고시속 417㎞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CCX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량화다. 경쟁 차에 비해 적은 마력과 토크로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차체의 무게를 줄였기 때문이다. CCX의 무게는 약 1180㎏로 카본파이버,탄소섬유,케볼라 섬유 등 첨단소재로 만들어졌다. 섀시 모듈은 21겹의 카본파이버 천 덕분에 겨우 6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철보다 3배 이상 강한 덕분에 강성 역시 확보할 수 있었다.

CCX와 얽힌 재미난 일화가 있다. 영국 BBC의 유명 자동차 프로그램인 탑기어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방송을 위해 이 차를 몰고 랩타임을 재다 트랙을 벗어나는 사고를 당했다. 앞 범퍼와 휠이 파손됐다. 하지만 이 테스트 드라이버는 CCX에 리어 윙이 없기 때문에 다운포스가 약해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당황스러울 법도 했지만 회사는 범퍼와 휠을 수리하고 리어 윙을 장착해 2주 후 테스트에선 단축된 랩타입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인상적인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최고속도를 위한 그들의 열정과 기민하고 유연한 자세가 앞으로도 최고의 차를 만들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수입차포털 갯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