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골프구나.안될 때도 있지만 또 갑자기 잘 될 때도 있는 그런 거요"

`미키마우스' 지은희(23.휠라코리아)가 13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18번홀(파4) 6m짜리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이 확정된 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 세이브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쳤는데 홀에 빨려 들어갔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날 지은희는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목이 뻣뻣하고 통증도 있어 마사지를 받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 여파로 전반에 다소 부진하다가 10번홀(파4)에서는 더블보기를 하면서 선두와 3타차로 벌어지며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지은희는 남은 8개 홀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끝내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더블보기를 한 뒤 오히려 마음이 비워지더라"며 실수에 감사함을 표하는 여유도 보였다.이번 우승에 어떤 샷이 가장 큰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드라이버였다.7.5도로 바꾼 드라이버로 거리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은희와 일문일답.

--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소감은.
▲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하게돼 너무 기분이 좋다.

내 생애 가장 기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 10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우승과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후반에 선두를 따라 잡게된 계기는 뭔가.

▲ 전날 한번에 그린 위에 올린 홀이라서 오늘도 드라이버로 쳤는데 벙커에 빠졌다.

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스샷이 나왔고, 결국 더블보기를 했다.

그 이후로 3오버파가 되면서 마음을 비우게 됐다.

그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 캔디쿵과 공동선두를 이루고 마지막 18번홀 그린에서 6m 퍼트를 앞에 두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캔디 쿵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경기 도중에 리더보드를 보고 알았다.

그 이후로 특별한 생각은 없었고, 내 플레이만 하자는 생각으로 게임에 집중했다.

마지막 홀에서는 파만 하자고 생각하고 샷을 했다.

-- 18번홀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티샷할 때는 전날 드라이버가 벙커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벙커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다.

두번째 샷은 6번 아이언으로 쳤다.

그린에만 무사히 올리자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샷이 잘 맞았고 6m 정도 남은 퍼팅을 할때는 넣으면 좋고 못 넣으면 연장 승부로 간다는 생각으로 쳤다.

-- 마지막 퍼팅할 때 심정이 어땠나.

▲ 정말 많이 떨렸다.

손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파 세이브만 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퍼팅을 했는데 홀컵에 빨려들어가더라.
-- 그때 기분이 어땠나.

▲ 해냈다.

해 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떠오르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기뻤다.

엄마를 보니까 눈물이 나왔다.

(우승이 확정된 뒤 지은희는 어머니 변광일씨와 부둥켜 안고 감격을 함께 나눴다.

어머니는 흐느꼈고 딸의 눈도 젖어 들었다)
-- 오늘 한국 교민들도 많이 와서 응원해 줬는데 경기에 도움이 됐나.

▲ 미국인들이 크리스티 커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데 교민분들이 많이 와 주시고 한국말로 응원해 주셔서 너무 큰 힘이 됐다.

-- 크리스티 커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다소 신경질을 내던 것 같던데 경기에 지장은 없었나.

▲ 크리스티 커하고는 평소에도 잘 지내고, 제 캐디하고 그쪽 캐디하고도 친하게 지내서 별 부담감 없이 경기 할 수 있었다.

-- 이번 우승에서 가장 1등 공신 샷이 있다면.
▲ 드라이버다.

-- 드라이버를 최근에 교체했다고 들었는데
▲ 그동안 드라이버가 자꾸 훅이 나서 2주전에 캘러웨이FT 3에서 캘러웨이 FT 9으로 바꿨고, 지난번 대회 때 드로헤드에서 뉴트럴로 다시 바꿨다.

각도도 원래 8.5도를 썼는데 이번에 7.5도로 바꿨다.

그동안 공이 많이 뜨고 런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바꾸고 나서 런이 많이 생겼다.

-- 드라이버 거리는 어느 정도 나가나.

▲ 260야드 정도 나간다.

-- 이번에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같이 계시던데.
▲ 원래 아버지가 계속 따라 다니셨는데, 3주전에 아버지가 서울로 들어가시고 어머니가 이번 경기내내 함께 따라 다녔다.

서울에서 KLPGA 첫 우승할 때도 캐디를 하던 아버지가 못오셔서 하우스 캐디와 함께 우승했었는데...(웃음)
-- 캐디(잭 오스틴)와는 잘 맞는지.
▲ 작년 부터 함께 해 오면서 호흡이 잘 맞는다.

특히 다른 선수 캐디들은 경기 때만 오는데 잭은 거의 저와 이동도 함께 하고 잘 챙겨준다.

오늘 10번 홀에서 더블보기 했을때도 "괜찮다(That's OK)"고 격려해 줬다.

--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세대로서 또 다시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는데.
▲ 사실 저희 세대에게 박세리 언니가 큰 희망을 줬다.

세리 언니가 전성기 때 우리가 골프를 시작했으니까.

저희 한국 선수들이 잘 하게 된 것은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배짱도 좋아서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은.
▲ 오늘 밤에 서울로 돌아갔다가 2주후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에 출전할 계획이다.

(베슬리헴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