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탈출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이 국회에서 무산된 것이다. 경제가 본격적으로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용이 안정되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한다. 그런데 그 반대다. 국회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기는커녕 많은 사람들을 실업으로 내몰고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난 정부의 반시장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던 우리 경제는 지난해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극도로 불안정했었다. 정부의 과감한 유동성 공급과 통화 스와프로 금융시장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면서 실물경기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에 국회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경제위기 발발의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정책이지만,그것을 장기화시키는 것 역시 잘못된 정책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통화정책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팽창정책을 씀으로써 과다하게 발행된 통화가 자본재 산업으로 투입돼 과열과 붕괴의 순환을 일으킨 것이다. 주식시장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생겼다. 그러나 통화팽창에 의한 과열은 내재적으로 지속 불가능해 결국 종말을 고하게 된다. 그래서 1929년 10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1930년대 대공황의 서곡이 시작됐다. 2007년 후반엔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은 12년간 장기화됐던 반면,최근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는 경제가 안정을 찾고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붕괴에 대한 정부 대응책이 달랐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현금보유를 늘리고 금융회사들은 사람들의 예금인출에 대비해 초과지준금을 늘린다. 이 같은 화폐수요 급증은 1930년대 대공황 초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 똑같이 발생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1930년대에는 미 FRB가 급격하게 증가한 화폐수요를 충족시키는 대신 오히려 통화 공급을 줄이는 잘못을 저지른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동조해 증가한 화폐수요에 맞춰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다.

나중에 미 FRB는 실수를 발견하고 1934년부터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그러자 경제가 서서히 안정을 찾았지만 일련의 잘못된 재정정책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 1933년 농가수입 증대를 위해 공급 감소 정책을 추진한 농업조정법과 생산 및 판매의 카르텔을 만든 국가산업부흥법이 일자리를 줄이고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경제회복의 장애물이 됐던 것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노조에 면책과 특권을 부여한 1935년 국가노동관계법이다. 노조가 가공할 만한 힘을 갖게 되고 전투적이고 광폭한 단체로 변해갔다. 협박,보이코트,파업,폭력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했다. 그로 인해 1936년과 1937년 하락세를 보이던 실업률이 1938년 다시 20% 가까이 증가했고,주가가 50% 정도 하락했다.

지금 한국의 민주당은 기업으로 하여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하고 그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1930년대 미국이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하고 시행했던 농업조정법,국가산업부흥법,그리고 국가노동관계법을 제정한 논거와 유사하다.

궁극적으로 시장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경제는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을 세워야 되고,그에 맞지 않는 정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민주당이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 반시장적인 조치를 고집하다가는 훗날 호된 역사의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대학원장ㆍ경제학/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