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로봇이 다른 점을 꼽는다면?

로봇은 처음 입력한대로 그대로 반복하는 좀이고, 인간은 뒤를 돌아볼 줄 안다는 점일게다. 지나온 행적을 물끄러미 관조한 뒤, 치우쳤던 방향을 수정하고 보완 한다는 것. 그리하며 마침내 치우침 없이 늘상 둥글게 비추는 고요한 달처럼[원명상적조(圓明常寂照)] 되어 가는데.

나는 예전에 세계적인 최고 경영자들은 경영철학을 언급하면서(2007.11.28 [인생을 절약하라]칼럼 참조),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은퇴하면서 던진 화두 같은 ‘절약(節約)’을 아래와 같이 풀이한 적이 있다.

“절약(節約)의 절(節)은 자기 자신을 절제한다는 말입니다. 돈이 있을 때 돈을 절제할 수 있고, 권력이 있을 때 권력을 절제할 수 있고, 몸이 건강할 때 건강을 절제할 수 있고, 인기가 있을 때 인기를 절제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의지력이 바로 절(節)입니다. 약(約)은 남과 약속을 잘 지키는 것, 즉 신뢰입니다. 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를 신조로 삼아 평생을 지켰던 것입니다. 따라서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나는 인생을 절약했다’고 한 의미는 자신을 절제하고 남과 약속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고 할 때 큰 힘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절약’만으론 부족한 듯싶다. 불황의 시대에, 만약 경영자가 너무 ‘절약’만 내세운다면 지나치게 몸을 사리기 밖에 더 하겠는가.

여기에 주위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마음을 살피는 ‘배려’가 더해져야한다. 그러나 요즘은 절약과 배려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절약과 배려만 반복한다고 빠르게 변하는 기업환경을 돌파해나갈 수 없다. 잊기 쉬운 기본이 있다. 결국, 기업도 인간다워야 한다.

전대미문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기존의 가치관을 뒤흔들었다. 미국을 비롯해 굴지의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의 작은 기업들조차도 감량경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배려의 한계가 드러나는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분명 수치상으론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경영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경영자의 필수 덕목에 반드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영적 직관력’이다.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을 뛰어넘을 줄 아는 직관력. 국내 모대기업도 남들이 관심을 같지 않는 반도체 사업을 과감히 추진한 덕을 아직도 누리고 있다. 추진력은 계산기의 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영적 직관력에서 나온다.

수치상으론 절약이 필요한 시대이지만, 앞날을 내다본다면 이제는 보다 가진 자가 포용해야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해고의 시점이 아니라 같이 가는, 더 나아가 일자리를 같이 나누는 시점이란 뜻이다.

10년 전 IMF 위기를 돌아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때도 인적 구조조정이 살벌했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자들이 속출했다. 어떤 이는 그때의 성과를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때 구조조정으로 회사가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배가 기울면 사람이 떠나는 것처럼, 해고로 인해 많은 회사가 오히려 좌초했다. 일부 살아남은 회사도 분명 있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 해고를 주도한 사람은 토사구팽 되거나 죄책감에 시달려 최후의 실직자가 되었으니, 회사 간판은 살고, 사람은 죽는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

기업은 사람이다. 원성이 쌓인 사람이나 기업이 잘 될 리가 없다. 이 절박한 위기 시대에 오히려 더 나누겠다는 기업이 있다면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회사가 될 것이다. 영적 직관력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인간미 넘치는 결단으로 덕을 쌓는다면 그만큼 보상을 받는 다는 뻔 한 이치다.

경제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몰리고 쏠리고 움직이는 것이다. 절약과 배려를 넘어, 감성이 살아있는 인간다운 기업으로 과감히 변신해 추진할 기업은 누구인가.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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