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3시 서울 역삼동 국민은행 강남파이낸스 PB센터.금융 자산만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거액 자산가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민은행이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 최상위 고객)를 위해 조성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설명회를 듣기 위해서다.

홍춘욱 국민은행 파생상품 영업부 애널리스트가 '2009년 금융시장 전망'을 브리핑하고 김영규 PB센터장과 최영권 플러스자산운용 전무가 펀드 운영 제안서를 설명했다. 참석한 강남 부자들은 대부분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투자하겠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7월 중순까지 40여명의 고객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총 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최근 강남 부자들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조성 붐이 일고 있다. 비슷한 자산 규모와 투자 성향을 가진 소수의 거액 자산가들이 자금을 모아 50억~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한 후 특정 자산운용사에 펀드 운용을 맡기는 투자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각 은행 PB센터는 일종의 '계주' 역할을 맡아 맞춤식 투자 상담을 제공한다.

이렇게 해서 조성된 사모펀드는 기존 금융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나 간접 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일단 자금을 모아놓은 뒤 경제 및 증시 상황을 봐 가며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시기를 결정한다. 일반 투자자의 참여는 배제되고 5~49명의 소수 고객만이 참여할 수 있다. 소수의 투자로 운용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불붙는 장세에서는 주식 비율을 급격히 높여 단기간 내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도 있고 그 반대라면 펀드 자금을 모두 현금으로 보유해 투자를 아예 중단시킬 수도 있다. 펀드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치고 빠지기가 수월하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초 고액 자산가 전용 사모펀드를 처음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9개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이들 사모펀드는 국내 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을 비롯해 물가연동 국채,생산유전 및 가스전,미국 금융주,한국과 중국의 우량 핵심주,인플레이션 지수 연계 상품,부동산 리츠 등에 집중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 PB센터에도 거액 자산가들이 알음알음으로 돈을 모아 사모펀드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은행 강남파이낸스 PB센터는 이번에 조성한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를 경기 민감주,녹색성장 관련 테마주,글로벌 구조조정에 따른 인수 · 합병(M&A) 관련 종목,에너지 업종,증권 업종 등 15개 종목으로 구성해 2~3개월가량 운용할 방침이다. 목표 수익률은 15~20%로 잡았다. 수익률이 실현되면 곧바로 펀드를 청산해 고객들에게 돌려 줄 예정이다. 수수료는 수익률이 1년 정기예금 금리(3%)를 초과할 경우에만 성과 보수 형태로 일정액을 받기로 했다.

김영규 센터장은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많지 않아 일정 수익에 도달하거나 이상 징후 발생시 펀드 운용에 대한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