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돈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유동성 장세'에서 경제기초여건에 좌우되는 '펀더멘털 장세'로 바뀌고 있다.

최근 주가는 그날그날 발표되는 경제지표,특히 경기예측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예측기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적인 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치가 너무 자주 수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추세 자체가 바뀔 때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경제와 주요국의 예상성장률을 높이거나 상향 조정할 뜻을 내비친 반면 세계은행은 하향 수정해 경제주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시하는 예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루비니 교수 등과 같은 비관론자들은 올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기가 2010년 이후까지 대공황을 겪을 것으로 보다가 4월 이후엔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고 있다'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 그러다 그 후 두 달도 못 돼 이번에는 "앞으로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해 증시에 만만찮은 충격을 줬다.

예측주기가 너무 짧아지는 것도 문제다. 종전에는 웬만하면 6개월 혹은 1년 단위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주요 기관들은 수시로 예측치를 내놓는다. IMF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관들은 올 들어 2개월 단위로 예측치를 발표하는가 하면 한 외국계 투자은행은 월 단위로 내놓기도 한다.

빈번한 전망수정은 당연히 예측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예측치에서 실적치를 뺀 절대오차를 백분화시킨 '절대오차율'을 기준으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실적을 검증해 보면 오차가 30%가 넘는 기관이 수두룩하다. 절대오차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예상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의미 없는 전망이다.

예측기관들이 전망치를 내놓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는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을 가이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처럼 예측치를 수시로 내놓으면서 그때마다 추세가 바뀌고 기관별로 제각각이라면 가이드 역할은 고사하고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측치를 이용하는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게 요즘 분위기다.

예측력이 떨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종전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추가되면 예측모형(연립방정식)에 방정식이 하나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또 경제행위의 주기가 짧아지고 글로벌 위기과정에서 시스템과 시장의 기능이 무너져버려 필요한 시계열 자료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가(假)변수(dummy · 일명 거짓변수)를 쓰고 있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가변수를 너무 많이 쓰다 보면 해당 모형에서 산출되는 예측치가 실상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을 많이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은 사라지고 나중에 많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때 '비관론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할수록 예측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경기가 정점을 지날 때 '낙관론의 환상'에 빠질수록 오류가 커진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같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날 때 비관론을 고집할수록 예측력이 더 떨어져 예측기관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 심리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주가를 예측할 때에는 이런 오류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다른 경제행위와 마찬가지로 예측하는 기관과 개인들도 경기가 과열일 때는 경계하고,불황일 때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동안정조절기능(stabilizer)'을 가질 것을 권한다.

안내판 역할을 해야 할 기관과 사람들이 과열일 때 더 좋게 보고,나쁠 때 더 나쁘게 봐 경기의 진폭이 커진다면 경제행위를 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