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제품 판매 손해배상청구 기각

라이선스 수입업자들이 명품을 위주로 병행수입된 제품을 '짝퉁'으로 내몰아 판매를 중단케 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라이선스 수입업자가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병행수입 제품을 위조상품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온라인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
병행수입이란 수입품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특정 제품의 라이선스 수입업자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도 별도의 유통경로로 해당 제품을 수입,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4일 온라인몰 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H 헤어미용 브랜드의 라이선스 수입업체인 H사는 병행수입업자가 온라인몰에서 같은 제품을 판매하자 지난해 11월 이를 위조품이라며 옥션 등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위조품이 상표권을 침해해 판매되는데도 옥션 등이 판매중단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판매를 방조하고 수수료를 챙겼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3부는 최근 병행수입업자가 판매한 제품이 위조품이 아니라 적법한 과정을 거쳐 수입된 제품으로, 옥션은 상표권 침해에 대해 방조책임이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병행수입이 증가하면서 공식수입업자와 병행수입업자 간에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진행돼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이 같은 소송이나 문제가 제기될 경우 병행수입업자는 대체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해와 공식수입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문제제기를 남발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영세한 병행수입업체들은 제품이 짝퉁으로 몰리면 지레 겁을 집어먹거나 소송 비용 등의 문제로 판매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소송 과정에서는 H사가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일부 온라인몰은 H사에 손해배상 화해금을 지급하고 소송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병행수입 자체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입 화장품의 경우 지난 1월부터 병행수입이 허용됐지만 수입 실적은 지지부진해 가격 인하 효과가 미약한 실정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품을 수입한 판매자들의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소비자들도 병행수입 제품이 늘어나다 보면 가격인하 효과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품권자들이 온라인몰의 가짜제품 방지시스템 등에 보다 적극 참여해 위조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식으로 진위 여부를 평가하는 과정이 확대돼야 한다"면서 "이 같은 과정에서 위조품 수입업자는 자연스럽게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