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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지몬 교수 "혁신ㆍ기업가 정신으로 세계를 사로잡아라"

"소수 대기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키워야 한다. 독일이 지난 8년간 중국 미국 일본을 제치고 지속적으로 세계 1위의 수출국 지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히든 챔피언이 많기 때문이다. "

지난 16일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세계적 베스트셀러인 '히든 챔피언'의 저자이자 유럽의 '드러커'로 불리는 헤르만 지몬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열띤 강의에 참석자들의 눈과 귀가 모아졌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이 많아야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한국에서 '히든 챔피언'이 많이 나온다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히든 챔피언'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점유율 3위 안에 드는,작지만 강한,강소 기업을 일컫는 용어다. 지몬 교수에게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는 명성을 안긴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지몬 교수는 이튿날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가 마련한 코스닥 최고경영자 조찬 세미나에도 참석해 "한국기업 중에서 히든 챔피언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 많고,이미 히든 챔피언이 된 기업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평소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지몬 교수는 절삭기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 60%를 기록하고 있는 '와이지-원'과 캐릭터 상품 분야 세계 3위 기업이자 5%의 시장을 점유한 '오로라월드' 등 6개 업체를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꼽았다. 끊임 없는 혁신과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의 전형이다.

지몬 교수는 '히든 챔피언' 기업들의 핵심 전략을 5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글로벌 1인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 △한 가지만 깊이 파고드는 선택과 집중 △글로벌 마케팅과 판매망을 통한 국제화 의지 △강하고 혁신적인 리더십 △성과 중심의 인재 확보 등이다.

국가별로는 세계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 독일을 히든 챔피언으로 꼽았다. 그 이유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독일에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200여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독일을 수출 1위 국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몬 교수는 강연에 참석한 코스닥 CEO들에게 "한국기업은 기술력이나 제조 능력은 뛰어나지만 해외마케팅이나 야심찬 리더십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우선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키우는 국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해외시장에서 뛰고 해당 국가의 문화를 흡수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강연에는 코스닥 CEO 150여명이 참석해 '히든 챔피언'의 성장 비결을 경청했다. 지몬 교수는 자원이 빈약하고 수출주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을 키워야 하는 이유를 명료하게 전달했다.

수출 강국으로서 한국이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려면 세계적인 중소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상의(商議)는 현재 세계 2000여 개의 히든 챔피언 중 한국 기업은 25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히든 챔피언들,브랜드 파워는 미약하지만 세계시장을 무대로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혁신을 주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촉진해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공헌하고 있다. 지금도 기술 · 서비스 혁신을 강화하며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몰두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