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택시회사를 위한 겁니까,택시기사를 위한 겁니까. "

지난 1일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 올린 뒤 서울시 홈페이지엔 이 같은 불만을 털어놓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택시 기본요금이 올랐지만 택시회사가 사납금(매일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같이 인상하는 바람에 택시기사의 생활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255개 서울법인택시회사 중 220여개 업체가 현재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대부분 회사들이 7월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제 시행과 기본료 인상을 이유로 사납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회사는 아예 기본요금이 오르자마자 사납금을 올리기도 했다. 성수동에 있는 'ㅈ'택시회사는 요금이 인상된 날부터 사납금을 주간 9만7000원,야간 11만7000원으로 각각 1만원씩 올렸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택시기사는 가스비까지 합하면 야간의 경우 한 달 평균 338만원(1일 13만원?C26일)을 회사에 내야 한다.

택시회사에 내는 돈은 한 달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이 회사 택시기사들이 받는 월급은 98만원에 불과하다. 다른 택시회사의 평균임금인 70만~80만원에 비해 비교적 많은 액수지만 하루 1만원의 사납금 인상으로 한 달에 26만원이 추가로 빠져나가는 것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10만원 이상 적은 셈이다. 게다가 기본요금 인상으로 매출액이 증가한 것도 아니어서 요금 인상으로 인한 고통은 택시기사가 부담하고 혜택은 택시회사만 누리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택시운전기사는 "인상된 사납금 1만원을 벌려면 손님을 20번 태워야 겨우 본전"이라며 "하지만 기본료가 오르면서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승객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된 직후 한 시민은 "가뜩이나 지금도 서민들은 택시 이용하기가 겁이 나는데 요금을 또 올리면 이제 서민들은 택시도 타고 다니지 말라는 얘기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택시 기사들은 "지금처럼 택시기사들의 근무조건이 열악한 상태에서 좋은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기본요금 인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