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폐지 논란 휩싸인 교육세
목적세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은 세금이다. 세금을 거두는 목적이 분명해 납세자인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만 용처를 미리 정해 놓고 거두는 세금인 만큼 쓸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전쟁 위기가 고조돼 국방비 증강의 필요성이 커질 경우 방위세를 걷겠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장기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만 한편으로는 거둔 세금을 군비 확충에만 써야 해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용처가 미리 정해져 있는 만큼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우선 순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국세 가운데 목적세는 교통세 교육세 농특세(농어촌특별세)등 3개 세목이 있다. 교통세는 도로 등 교통시설 확충에,교육세는 교육기반 확충에,농특세는 농어촌 구조개선에 쓰도록 용도가 제한돼 있다.

이 가운데 교통세는 올해 1월 국회에서 폐지안이 통과돼 내년부터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교육세와 농특세는 순위가 밀려 처리가 미뤄졌다. 정부는 교육세와 농특세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폐지 기로에 선 목적세

이명박 정부는 작년 2월 출범하자마자 3대 목적세 정비를 추진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큰 만큼 목적세를 아예 없애고 본세로 통합해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세는 소관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폐지 원칙에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교육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변수다. 이번 6월 국회에서 통과될지가 관심이다. 농특세 폐지에 대해서는 관련 농민단체들의 반대가 만만치않다.

교육세 폐지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었다. 정부는 그해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육세 폐지 문제를 꺼내들었다. 외환위기로 세수 확보가 여의치 않은 데다 목적세로 거둔 세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교육계는 교육 재정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폐지 방침에 반대했다. 김대중 정부가 1999년 11월 교육세 존치 방침을 발표하면서 논쟁이 일단락됐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납세비용 절감'등을 이유로 교육세 폐지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납세 비용 절감 외에도 △현행 목적세는 세원(稅原)하나에 세금을 중복 부과하는 부가세(sur-tax)형식이어서 세제가 복잡하고 △예산 운용의 경직성을 가져오며 △국민에게는 신고서식 증가 등으로 납세 비용 부담을 높이고 △정부에서도 징세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또 목적세는 세금 부담자와 수혜자가 달라 조세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와 교육계의 상반된 논리

정부는 교육세를 폐지해 본세로 통합하는 대신 재원 보전을 위해 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최근 8년간 내국세수 증가율이 10.1%로 교육세수 증가율(2.0%)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내국세에서 일정 비율을 떼서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나눠주면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세는 다른 내국세인 개별소비세 교통세 주세 등의 수입에서 일정 비율을 더해 매기기 때문에 이들 본세의 세입에 좌우돼 세수변동성이 크다"며 "내국세로 통합될 경우 세수 안정성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과거 8년간 경제성장률이 평균 4%에 달했고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으로 세수 증가율이 높았던 시기였지만 앞으로는 세계 경제 침체로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돼 내국세 증가율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내국세 연동시 재원 확보가 더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어차피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들 경우 내국세보다는 교육세 수입이 더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것을 이유로 교육세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0.1%의 밀고 당기기 싸움

교육계는 정부가 강경하게 폐지 방침을 밀어붙이자 차선책으로 교육재정교부금 비율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내국세 총액의 20.0%를 교부금으로 떼줄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것이 턱없이 적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계는 밀고 당기기 끝에 다섯 차례에 걸쳐 0.1%포인트씩 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올려 현재 20.5%까지 높여놓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교부금 비율을 20.5%로 올리면 기존 교육세를 유지할 때보다 연간 1400억원 정도의 증액 효과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비율 문제를 양보할수록 교육계는 더 멀리 달아나고 있다. 향후 내국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교부금 비율을 21.0%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연간 7000억원 증액효과를 낸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안그래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재정확대-감세정책으로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형편에 교육재원만 무리하게 늘려주기는 힘들다는 이유다. 일각에선 교육계가 교부금 비율 상향 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미끼일 뿐 속뜻은 교육세 폐지안이 해를 넘겨 결국 무산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쪽짜리 법안 신세

교육세 폐지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는 세제 관련 법안들이 반쪽짜리 신세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세를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이미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처리했다. 교육세를 본세인 개별소비세 등으로 통합하면서 없어지는 교육세만큼 개별소비세 등을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교육세 폐지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개별소비세만 올린 꼴이 돼버렸다. 재정부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등은 내년부터 인상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교육세 폐지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교육세법 폐지법안을 6월 회기에 처리할 예정이지만 다른 현안들이 많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광림 한나라당 정조위원장은 "6월에는 통과시킨다는 게 여당의 방침"이라며 "다만 교육세를 폐지했을 때 교육재정이 과거보다 적어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예산 편성과정에서 관련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당에서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