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로 앞으로 장기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금리가 쌀 때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자동차 혼다 소니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올 상반기 국내 발행액이 6조엔을 넘어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1998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일본의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사실상 마비됐다. 하지만 금융불안이 진정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매입에 나서면서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는 추세다.

전력회사 등과 같이 정기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회사말고도 자동차나 전기 · 전자업체들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월 6년6개월 만에 2000억엔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1300억엔어치를 추가 발행했다. 혼다도 16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해 700억엔을 조달했다. 소니는 이날 2200억엔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도피했던 투자자금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도 회사채 활성화의 한 요인이다. 10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한 히타치건설기계 관계자는 "장기 자금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 기업들은 아직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회사채 시장도 신용도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