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시간도 비용이다

비용 절감은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경기 침체로 이전만큼 물건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기업이 추진 중인 비용 절감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비슷한 형태를 띤다. 출장비나 활동비 등 절감이 가능한 비용 항목을 정한 후 '20% 절감'과 같은 목표를 일률적으로 제시한다. 출장 때 비즈니스 좌석 대신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게 하거나 임원들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기업도 있다. 에너지와 사무용품을 절약하자는 캠페인도 비용절감 프로젝트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이 같은 비용절감 프로젝트는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동력의 손상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하며 줄일 수 있는 금액도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웨슬리퀘스트는 15일 발표한 보고서 '시간을 기준으로 원가를 계산하라'를 통해 투입한 시간에 비해 효과가 작은 업무 프로세스를 찾아내 문제점을 개선해야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한 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을 토대로 원가를 산정하라

웨슬리퀘스트는 미국 하버드대의 로버트 캐플란,스티브 앤더슨 교수가 만든 '시간중심 활동 기준 원가계산법(TDABC · Time Driven Activity Based Costing)'을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기법의 핵심은 업무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소요 시간을 기준으로 재산정하는 것이다. 시간당 10만원이 드는 프로젝트를 100시간에 걸쳐 진행했다고 가정하면 실제 소요 비용은 10만원에 100시간을 곱한 1000만원이 된다. 그 다음 과정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되는 수익을 계산하는 것이다. 예상 수익이 1000만원을 넘는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웨슬리퀘스트는 화학제품을 포장해 유통하는 기업에 TDABC를 적용한 예를 들었다. 이 회사가 제품 1개를 포장할 때 드는 비용은 100원으로 동일하다. 일반 용기에 제품을 담아 포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고객이 특별 주문한 특수 용기에 담을 경우 1분이 걸린다. 기존 계산법을 이용했을 때 제품 1개당 포장 원가는 100원으로 동일하지만 시간이란 변수를 감안해 분당 소요 비용을 산정하면 일반 용기는 50원,특수 용기는 100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웨슬리퀘스트 회사 관계자는 "특수 용기에 포장할 때 얻는 이익이 일반 용기의 두 배에 미치지 못할 경우 특수용기 포장 서비스를 없애는 편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돈'되는 사업에 집중하라

TDABC 데이터는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사업 구조조정 방향을 정할 때 이 데이터를 참고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식품 생산업체인 컨트리푸드는 주요 거래선 중 할인점 월마트 및 식품 판매점 크로거와 거래할 때의 수익성이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월마트와 크로거에 공급하는 식품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폈다. 대신 수익성이 떨어지는 유통업체들과의 거래를 정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어났다. 가격 할인으로 인한 손실 대부분은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메울 수 있었다.

46개 생산공장을 두고 있었던 미국의 철강재 제조업체 TW메탈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생산 라인을 추리는 작업을 벌였다. 주문이 적은 제품을 만드는 생산 라인을 다른 라인과 통합하거나 아예 없앴다. 그 결과 수익성이 높은 고객들을 유지하면서 공장 수를 28개까지 줄일 수 있었다. 매출은 늘지 않았지만 공장 유지 · 관리 비용을 대폭 절감해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를 봤다.

웨슬리퀘스트 관계자는 "배송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역에서 물류를 아웃소싱하거나 주문이 일정량을 밑도는 경우 납품을 중단한 기업들도 있다"며 "시간도 비용의 일종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기업의 체질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