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발행사 변경은 자산운용사의 재량"

자산운용사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사를 일방적으로 바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낸 집단 소송에서 법원이 자산운용사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정호건 부장판사)는 최근 `우리2star파생상품투자신탁 제KW-8호' 투자자 52명이 자산운용사인 우리CS자산운용과 판매사인 우리은행,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KW-8호'의 발행사가 계약 당시 BNP파리바로 정해져 있었음에도 이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리먼브러더스로 일방적으로 변경해 손해를 봤다"며 `투자 원금 18억 원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냈다.

투자자들은 "발행사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아 중도해지 또는 환매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판매사인 우리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으로 오해하게 하는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투자설명서에 `거래 상대방(발행사)을 임의로 변경하지 못한다'는 제한 내용이 없고, 이 펀드는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높은 투자위험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투자 수익을 위해 거래 상대방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거래 상대방을 변경할 당시 BNP파리바와 리먼브러더스 모두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2개 회사로부터 A등급 이상을 받는 등 두 회사 간 신용등급에 현저한 차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KW-8호' 펀드와 관련돼 진행 중인 유사 소송은 총 3건(투자자 336명, 금액 114억 원)이며, 이번이 첫 판결이다.

이에 따라 나머지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07년 6월 판매된 `우리2star파생상품투자신탁 제KW-8호'는 한국전력과 우리금융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주가연계펀드(ELF)로, ELS 발행사인 리먼 브러더스가 지난해 9월 파산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