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크라이슬러 지프 캠프 2009' 행사장.하루종일 내린 비로 비포장길은 금세 진흙범벅으로 변했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 그랜드 체로키 S리미티드(3.0 디젤)는 진가를 드러냈다. 길이 4.75m,높이 1.78m의 육중한 몸집에서 풍겨나오는 강한 힘은 어떤 길이든 뚫고 나갈 듯 했고 실제 그랬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35도 경사의 흙길,한쪽 바퀴가 푹 빠지는 시냇물,1m는 족히 될 법한 진흙 구덩이 등을 거침없이 헤쳐 나갔다.

그랜드 체로키의 외양은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닮아 세련됐지만 성능은 험로(險路)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겉만 SUV일 뿐,흙길 경사조차 올라가지 못하는 일반적인 2륜 구동 SUV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대 장점은 역시 강한 힘이다. 160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낮은 영역대의 rpm에서 힘을 한껏 끌어올리는 엔진은 미끄러운 언덕길에서 최적의 효과를 발휘한다. 일반 차량의 경우 언덕길을 올라가기 위해선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아야 하는데 이때 바퀴가 너무 빨리 돌아가(rpm 상승)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랜드 체로키는 액셀러레이터를 2000rpm에 맞추고 핸들만 꽉 잡자 35도 경사의 흙과 자갈이 뒤섞인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올라갔다.

엔진에서 발생한 힘을 효과적으로 배분한다는 것도 그랜드 체로키의 특징이다. 예컨대 오른쪽 앞,뒤바퀴가 공중에 들린 채 왼쪽 축으로만 운전해야 할 상황을 가정하면 답은 분명해진다. 엔진에서 나오는 힘이 100이라면 일반 4륜구동 차량의 경우 각 바퀴에 25%씩 힘이 전달돼 비효율적이지만 그랜드 체로키는 바닥에 닿은 바퀴에만 힘이 전달된다.

그랜드 체로키만의 독특한 매력도 있다. 오프로드를 달릴 때면 전자 제어를 최소화하고 운전자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그랜드 체로키는 기어를 로 레인지로 넣으면 ESP(자세제어장치)가 자동으로 꺼진다. 랜드로버 등 다른 오프로드용 차량은 오프로드를 선택할 경우 전자장비들이 아주 많이 개입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비는 ℓ당 9.6㎞로 2등급이다. 출력이 218마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연비 수준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