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가입자 포화 등으로 성장 정체를 겪으면서 우량고객을 집중 유치하기 위한 핀셋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핀셋마케팅이란 핀셋으로 꼭 집어내는 것처럼 타깃층을 잘게 세분해 필요한 곳만 정조준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주로 수입차나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또는 MVG(Most Valuable Guest)를 대상으로 활용돼왔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핀셋마케팅으로는 SK텔레콤과 LG전자가 손을 잡고 다음 주 출시하는 '프라다폰2'를 들 수 있다.

손목시계 형태의 블루투스 액세서리인 '프라다 링크'(PRADA Link, LG-LBA-T950)를 포함해 판매가격이 무려 179만3천원인 '프라다폰2'는 가격 자체도 국내 출시 단말기 중 최고가이지만 마케팅 역시 일반고객을 배제한 채 VVIP 고객을 대상으로만 전개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출시 기념 사전행사로 지난달 27일 SK텔레콤 VIP 고객 1천명을 선정해 6성급 호텔인 '파크하얏트 프레지던셜 스위트룸'에 초청했다.

'프라다폰2'는 출시되더라도 전국의 모든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하기조차 힘들 전망이다.

명품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LG전자가 SK텔레콤의 100여개 우수 대리점에서만 판매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프라다폰2'에 지급될 보조금에 대해서도 고객들의 관심이 많지만 LG전자나 SK텔레콤 측은 보조금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의무약정 또는 할부지원프로그램에 지급되는 보조금 외에 별도 보조금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고, LG전자는 "가격이 워낙 비싸 일정금액의 보조금을 고려하고 있으나 보조금을 통해 판매를 장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경기불황으로 절약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상위 0.1%의 VVIP를 타깃으로 한 KT(전 KTF)의 '쇼(SHOW) 크루즈 요금제'도 핀셋마케팅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쇼 크루즈 요금제'는 KT와 현대카드가 크루즈 및 항공업계와 손잡고 출시한 상품으로 가입고객은 지중해로 떠나는 300만∼400만원대의 고급 크루즈 여행 상품을 200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기본료 3만5천원에 월 220분의 음성무료통화를 제공하는 '고급형'과 기본료 1만3천원의 '일반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이 요금제는 현재 가입자 수가 500여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평균 청구금액은 '고급형'이 6만1천원, '일반형'이 4만6천원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훨씬 높다.

'쇼 크루즈 요금제'는 KT-KTF 합병을 앞두고 그룹 경영진층에서 가입자 확보만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이동통신 슬로건처럼 '단 0.1%의 고객이라도 그 고객의 삶에 진정한 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고민한 끝에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LG텔레콤의 'TOP 요금제'는 단순 VVIP가 아니라 경쟁사의 고객을 꼭 집어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핀셋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LG텔레콤이 지난달 초 출시한 'TOP 요금제'는 비즈니스맨 등 통화량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기본료 9만9천원에 2천315분, 25만원의 음성통화를 제공해 이동통신사 중 가장 많은 무료 음성통화를 자랑한다.

이 요금제는 SK텔레콤과 KT(전 KTF)의 장기 우량고객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는데 실제 가입자 5천800명 중 약 60%인 3천400여명이 타 이동통신사에서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고객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순 출시된 '세이브 요금제'는 1만2천∼1만4천원대의 기본료를 내면 음성통화 요금을 합쳐 5만원 초과 7만5천원 이하의 요금구간은 전액 무료로 제공돼 월 최대 2만5천원까지 절감이 가능한 상품이다.

이 요금제는 아예 SK텔레콤의 표준형 요금제를 사용하던 고객을 타깃으로 한 요금제로, SK텔레콤에서 LG텔레콤으로 옮길 때 쓰던 요금제를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연간 최대 30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표준형 요금제를 쓰면서 월 7만원의 요금을 냈던 고객은 LG텔레콤의 '세이브 요금제'로 갈아탈 경우 같은 통화량을 쓰더라도 매달 2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