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 1년여 현지 수사로 야쿠자 범행 규명

2년 전 일본에서 실종된 한국인 남성이 돈을 노린 야쿠자의 총탄에 살해된 사실이 한국 경찰의 수사로 밝혀졌다.

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한국인 사업가 이모(35)씨는 2007년 6월29일 정오께 시계감정사 최모(56)씨와 함께 일본 도쿄 도심 번화가인 롯폰기 힐스를 찾았다.

명품 고가시계를 시가보다 싸게 팔겠다는 '하야시'란 인물을 만나러 간 것.
이씨는 이미 같은해 5월 말 하야시에게 1억5천만원을 선금으로 지급했고, 이날은 잔금 1억7천만원을 넘기고 물건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처음 보는 남성 3명이었고 이들은 이씨 등을 차로 2시간 반 거리인 시즈오카현(縣) 이토시(市)의 한 산장으로 데려갔다.

산장에는 또 다른 남성 2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들은 산장 문을 열고 들어선 이씨와 최씨에게 권총을 난사했다.

옆구리에 총탄을 맞은 최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목에 2발을 맞은 이씨는 2층 창문으로 뛰어내려 인근 민가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일본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상해로 취급하고 최씨를 실종 처리했다.

이씨는 "일본 경찰은 시체가 나와야 살인사건이 되는 거 아니냐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의 억울한 죽음은 같은 해 9월 한 언론사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고, 이씨의 신고를 받은 광역수사대는 같은해 12월 일본에 수사관 2명을 급파했다.

이들은 1년이 넘도록 최씨의 죽음을 수사한 끝에 올해 2월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파의 간부인 하야시란 인물의 주도로 최씨가 살해된 사실을 밝혀냈다.

광역수사대는 일본경시청에 이러한 수사결과를 넘겼고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일본경찰은 4월 중순께 최씨를 살해하는 데 가담한 야쿠자 조직원 3명을 검거했다.

최씨의 시신은 산장에서 40분 떨어진 곳으로 관광명소인 하코네 온천 뒷산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하지만, 하야시를 비롯한 나머지 공범들은 아직 종적이 묘연한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김남권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