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니음반 '에이바홀릭' 발표
이정현 "무대 오르면 '그분'이 오신다"
가수 이정현(29)에게 대중은 늘 전위 무대를 기대한다.

그는 히트곡 '와' 때 동양 의상에 부채를 들고 춤추며 새끼 손가락을 마이크로 사용했고, '바꿔' 때는 지느러미 의상의 인어, '아리아리' 때는 원시인 복장을 한 '야생녀'로 변신했다.

이정현이 2년7개월 만인 최근 새 음반 '에이바홀릭(Avaholic)'을 발표했다.

그는 대중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로 변신한 재킷 사진을 공개했고, 미국 유명 댄서들과 찍은 관능적인 뮤직비디오로 대중의 바람에 화답했다.

전작인 6집 타이틀곡 '철수야 사랑해'의 밋밋함에 실망한 팬들도 '다시 이정현을 찾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현에게 '뭔가 다름'을 요구하는 기대 심리는 왜일까.

한 가요 관계자는 "10대 시절이던 1996년 영화 '꽃잎'에서 장선우 감독의 작가주의를 강렬한 연기로 소화한 '끼', 가녀린 체구지만 무대에서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소화하는 에너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만난 이정현은 그 물음에 "저보고 다 신들렸다고 하잖아요. 제게 '점 봐 달라'는 동료 연예인도 있었어요"라며 '까르르'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는 "무대에 오르면 '그분'이 오시는 것 같다"며 "가족들도 '너 같지 않다'고 얘기한다. 무대에서는 머리가 진공 상태에 빠지는데 타고난 집중력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들이 독특하다고 여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의 흐름에 영합하지 않고 다르게 가는 것이다.

네다섯살 때 슈퍼마켓에 가면서 여러 번 옷을 갈아입어야 직성이 풀렸던 만큼, 새로움에 대한 갈증은 언제나 그를 지배한다.

"제 무기는 지금의 흐름을 타지 않는 거예요. 요즘 인기곡들이 예쁘고 귀엽고 톡톡 튀잖아요. 새 음반 대표곡 '크레이지(Crazy)'는 '셰이크 잇(Shake it)'이라며 강하게 소리치는 팝 댄스곡이죠. 신인가수 시절, 엄정화씨의 '몰라'가 유행할 때 모두 사이버 콘셉트를 추천했지만 저는 머리에 비녀 꽂고 부채 들고 나왔잖아요."
이정현 "무대 오르면 '그분'이 오신다"
그러나 반론의 여지는 있다.

'크레이지'는 이효리의 '유-고-걸(U-Go-Girl)', 소녀시대의 '지(Gee)' 등 요즘 가요계 트렌드를 이끄는 작곡가 이트라이브가 작곡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를 나눈 이트라이브도 이정현의 말처럼 "'크레이지'는 나의 히트곡들과 차별화했다"며 "록과 &B, 힙합을 섞어 요즘의 히트 공식에서 벗어난, 한발짝 앞선 노래"라고 거들었다.

이정현의 음반에는 그간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시도도 숨어있다.

여느 녹음 때와 달리 화음까지 직접 소화하며 3일간 7시간씩 한 곡을 녹음했고,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보그 잇 걸(Vogue It Girl)', 왈츠 풍의 '미로 Ⅱ' 등 다양한 장르를 녹였다.

덕택에 손담비, 채연 등 퍼포먼스를 무기로 한 쟁쟁한 후배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복귀했지만 다행히 반응은 좋다.

이런 상승 기운을 해외 활동까지 끌고 갈 계획이다.

그는 '와', '바꿔' 등이 자생적으로 인기를 끈 중국에서 2004년부터 서너차례 단독 공연을 했고 지난해 중국어 음반도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2005년부터 싱글 음반 4장을 내며 오리콘 데일리차트 1위 경험도 해봤다.

'에이바'라는 예명을 만든 것도 해외 활동 때 쓰기 위해서다.

이미 대표 한류스타로 꼽히는 그는 "CJ차이나를 통해 다음달부터 중국에서 이번 음반의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회가 닿으면 미국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유명한 매니지먼트 대표와 에이전시 관계자들이 입소문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어요. 동양의 작은 아이가 강렬하게 춤추는 모습이 신기했나봐요. 하지만 정말 신중하려고요. 미국은 확실히 가야 가는 거잖아요."

20대를 온전히 연예계 활동으로 보낸 그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적이 없어졌다고 했다.

"올해로 가수 데뷔 10주년이에요. 예전에는 일하면서 행복하다고 못 느꼈죠. 이제는 제 일을 하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복인 것 같아요. 제 직업을 더 소중히 가꾸려고 노력해요. 예전에는 또래 가수를 경쟁자로 여겼지만 이제는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의 후배들을 보면 너무 예뻐요.호호."

그는 '여자 이정현'으로서 사랑에 상처받아 우울증이 온 적도 있지만 착하고 성실한 지금의 남자 친구는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언덕이라고 자랑했다.

"여자 연예인들이 겉모습 보고 속는 경우가 많아 이용당하기도 해요. 이성을 신중하게 잘 만나야 해요. 3년가량 만난 남자 친구와는 불타는 열정보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커요. 편안한 관계가 오래 유지되면 사람들이 결혼도 하나봐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