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이나 지금에도 '동안' 연예인과 보기만 해도 훈훈한 '꽃남'들은 변함없이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피부 노화 예방은 누구에게나 비상한 관심사다. 다가올 여름은 피부노화가 가장 많이 진행되는 계절.햇빛 중 자외선이 피부노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됐지만 최근엔 태양의 열기 자체도 중요한 노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서구일 모델로 피부과 원장(청담점)의 도움말로 여름철 피부노화와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태양의 자외선과 고열이 피부노화 촉진

자외선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를 자극해 기미,주근깨처럼 피부에 색소가 침착되는 질환을 일으킬 뿐 아니라 피부의 탄력성분인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을 파괴한다. 피부세포의 DNA도 손상시켜 탄력 저하,깊어지는 주름 등 전반적인 피부 노화를 야기한다.

하지만 자외선 못지않게 신경써야 하는 것이 태양열 그 자체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열에 의한 피부 온도의 상승 자체가 피부노화의 또 다른 주원인"이라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외선과 마찬가지로 태양열이 피부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뜨거워진 피부를 자주 식혀주는 게 피부노화 예방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래저래 태양이 피부노화의 천적인 셈이다. 따라서 밖에 나갈 땐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뜨거워진 피부를 차가운 물수건 등으로 수시로 식혀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뜨거워진 피부를 식히기 위해서 실내 냉방장치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실내습도가 떨어져 피부각질층 내의 수분이 증발되므로 문제가 나타난다. 실내 기온은 22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에어컨 바람이 직접 피부에 닫지 않도록 풍향을 조절해야 한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창문을 열고 건조해진 실내 공기를 환기시켜야 한다.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스프레이로 얼굴에 물을 뿌리는 이가 많다. 이 방법 역시 수분이 증발하면서 얼굴 피부의 수분을 더 빼앗아 오히려 피부건조를 촉진시키므로 좋지 않다. 생수를 30분마다 한모금씩 들이키고 보습제를 얇게 발라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보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수분보충법이다.


◆실내외 스파,건강엔 좋아도 피부엔 나빠

워터파크 리조트 호텔 펜션 등의 휴양시설에 실내 · 외 스파 개장이 한창이다. 스파는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스파가 좋은 것은 기본적으로 물의 온도 때문이며 다음으로 물이 인체에 가하는 물리적 자극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스파를 장시간 즐기거나 자주 찾으면 피로는 풀리겠지만 피부 주름은 깊어질 수 있다. 피부가 열을 받으면 탄력을 유지해주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이 감소하고 주름이 생기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다.

세안할 때 적당한 물 온도는 21~35도.세정효과도 높고 혈관이 가볍게 확장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세정효과는 나아지지만 피부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탄력도 저하된다. 물론 목욕할 때 근육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수온이 적어도 38~39도 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피부탄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가장 적당한 온도는 35도 이하로 그 이상이 되면 건강에는 좋을지언정 피부는 지친다.

문제는 스파의 수온이 평균 35도 이상이라는 점이다. 워터파크의 야외 스파 수온은 38~42도다. 온천 스파는 이보다 더 높아 낮게는 40도에서 높게는 57도까지 육박한다. 대개 스파는 30분 이상 장시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높은 온도의 물속에서 30분 이상 오래 머물러 있으면 '열 피부노화(thermal skin aging)'가 일어나고 피부의 탄력섬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둥인 피브린이 20%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정진호 교수는 42도의 열을 사람의 엉덩이 피부에 30분씩 세 번 가하고 1~3일 후 피부조직을 검사함으로써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피부가 자외선에 15분 노출되면 피부 온도는 42~43도까지 상승한다. 야외 스파에선 뜨거운 물(적외선)과 태양의 열(자외선)이 동시에 피부 온도를 상승시켜 피부 탄력을 더욱 감소시킬 소지가 있다. 정 교수가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자외선과 적외선을 30분씩 15번 쬐면 자외선만 쬔 것에 비해 주름살이 20~30%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스파를 즐기려면 1회 스파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물 온도가 42도 이상이면 10~20분이 적당하다. 적정 시간 동안 스파를 즐긴 후 물 밖에 나와 몸을 식혀준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 피부온도를 낮춰주면 더욱 좋다. 이렇게 중간 중간 몸을 식혀주면서 2~3회 정도 스파를 즐기면 피부도 보호하고 피로도 풀 수 있다.

이보다 지나치면 피부가 열에 지치고 몸의 수분이 과도하게 빠져나가 탈수증세가 생긴다. 특히 피부가 얇거나 건조한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가장 낮은 온도의 스파를 짧게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드름성 피부는 가급적 스파를 피하는 게 현명하다. 피부 온도가 1도씩 상승할 때마다 피지 분비량은 10%씩 증가한다. 피지는 모공을 막고 여드름을 더 악화시킨다. 낮 시간에 야외 스파를 즐기고 싶다면 햇빛이 강하지 않은 날을 선택하고 스파를 하기 30분 전에 방수용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도록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