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true@hankyung.com

최근 국내 여자 골프계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간판 스타 서희경이 일본 투어에 참가하려고 하자 국내 여자대회를 관장하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딴죽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서희경은 국내 대회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 과정에서 KLPGA의 선수 통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말은 이렇다. 일본 여자대회 선수 추천권을 가진 한 골프용품 업체가 이달 초 서희경에게 일본 투어 참가 여부를 물어왔다. 그동안 일본 진출을 타진해온 서희경에겐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 셈.서희경은 당연히 참가 의사를 밝혔고 마침 같은 기간에 열리는 국내 대회에는 불참키로 했다. 국내 선수들은 대회 2주 전까지 협회에 참가 여부를 통보하면 된다.

서희경의 출전을 전제로 미리 홍보물까지 만들었던 국내 대회 주최 측과 협회는 발끈했다. 올 들어 국내 대회에서 2승을 거둔 서희경의 참가 여부는 대회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의 해외 대회 출전에 대해 특별한 제한 규정은 없다. 물론 주최 측의 초청이 있거나 자격요건을 갖췄을 경우다. 협회는 뒤늦게 해외 대회 출전 예정인 선수는 한 달 전에 협회에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서희경의 비자 발급 등을 진행하던 일본 대회 주최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국내 관계자는 "순조롭게 진행되던 초청 과정이 하루 아침에 도루묵이 되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국내 선수의) 일본 대회 출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의 처지를 모르는 건 아니다. 지명도에 비춰 서희경의 불참은 대회에 대한 관심도를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경제위기로 대회 수와 규모가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아 협회가 대회 주최 측의 비위(?)를 거스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협회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협회는 지난해 다승왕 신지애가 US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 진출할 때 오히려 박수를 보냈다. 마찬가지로 서희경이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선전하는 게 국내 여자골프계에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협회의 단견이 국내 여자골프계 발전의 걸림돌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