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300C는 가장 미국적인 차다. 차체 길이와 너비가 각각 5015㎜ 및 1880㎜로,한눈에 보기에도 크다는 인상을 준다.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는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마치 탱크와 같은 위압감을 주지만,은근히 배어나는 품격을 감출 수 없다.

크라이슬러가 최근 내놓은 300C의 스페셜 에디션인 300C 시그니처(3.5 가솔린 모델)를 시승했다. 300C 시그니처는 창업주인 월터 크라이슬러의 기업가 정신을 투영한 신 모델로,프리미엄 사양을 갖춘 게 특징이다.

차량 뒤쪽에는 '시그니처' 배지를 달았다. 이 차가 특별한 모델이란 점을 나타내주는 표식이다. 상어 지느러미 형태의 안테나를 후방 지붕에 장착해 날렵함을 더했다. 기본 모델보다 사이드 미러를 확대해 편의성뿐만 아니라 당당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휠베이스(앞 · 뒤 바퀴 간 거리)가 3050㎜에 달하기 때문에 실내가 무척 넓었다. 5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300C 시그니처의 진가는 실내 디자인이다. 고급 가죽시트와 가죽 도어트림,은은한 빛깔의 발광다이오드(LED) 실내등을 갖췄다. 보스턴 어쿠스틱스 오디오 장치에 276W 6채널 순정 앰프를 추가했다.

시승한 300C 시그니처는 3518cc V6 휘발유 엔진을 장착했다. 다른 고급차와 같이 후륜구동형이다. 최고출력 249마력 및 최대토크 34.6㎏ · m의 힘을 발휘한다. 다만 최고출력을 내기 위해선 엔진 회전수를 6000~7000rpm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주행 중 속도를 더 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꾹 밟았더니 계기판 바늘이 순식간에 4000rpm을 넘어가면서 엔진 소음이 일시에 커졌다. 속도계엔 최고 속도를 시속 260㎞까지 낼 수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실제 주행 결과 시속 190㎞가 한계였다. 안전을 위해 기술적으로 속도를 제한한 결과다. 편안한 승차감 위주의 차량이지,속도를 즐기기 위한 차는 아니다.

변속 단수가 5단에 그친 것과 실내 마감재 중 천이 사용된 천장 부분은 쉽게 더러워질 우려가 있었다는 점은 옥에 티로 보였다. 하지만 5880만원이란 가격은 이런 사소한 단점을 잊게 해줄 만큼 매력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