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의료계가 시행 지침 마련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5일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를 통과시켰다. 이 서류에 서명한 환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21일 현재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한 암환자는 두경부암을 앓아온 76세 남성과 림프종을 앓아온 85세 여성 등 2명이다. 이들 환자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 세 가지 연명치료 항목을 모두 거부했다. 병원 측은 제도 활성화 여부에 따라 다른 중증 질환으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대법원 소송의 피고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도 이날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존엄사 지침은 대상 환자를 총 3단계로 구분해 그에 따라 중단할 수 있는 치료법을 규정했다. 1단계는 사망이 임박한 다장기 손상 환자 중 모든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와 뇌사 상태의 환자로서 가족의 동의와 자체 윤리위원회를 거쳐 △항부정맥제제 투여 △항생제 투여 △수혈 △튜브 영양 △정맥주사 영양 △혈액검사 △투석 △심폐소생술 등을 중단할 수 있다. 2단계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환자들이다. 원래 갖고 있던 질환의 회복이 불가능하고 호흡기 또는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해 인공호흡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환자의 사전 의사와 가족의 동의 아래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3단계는 식물인간 상태지만 호흡이 스스로 가능한 환자로 연명치료 중단은 너무 성급한 만큼 앞으로 향후 사회적,법률적 합의가 이뤄진 다음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