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의 청년 승상배는 서울 하왕십리에 소규모 제재소를 차린다. 1948년 해방 직후여서 전기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근처 성동경찰서에서 전력을 끌어다 기계를 돌렸다. 주로 주한 미8군 등에 목재를 납품했다. 평북 정주 출신인 그는 만주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아버지에게서 사업수완을 배웠다. 덕분에 목재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이후 1970년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등 해외 삼림개발 사업에도 온 힘을 쏟았다. 인도네시아 굴지의 기업인 코린도그룹의 터전도 이때 닦았다. 승 회장은 하왕십리의 작은 제재소를 동화기업,대성목재,동화자연마루 등 자회사 7곳을 둔 국내 최고 목재전문기업 동화홀딩스로 키워냈다. 목재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고스란히 아들 3형제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장남 승은호 회장은 코린도그룹을,차남 승명호 부회장은 국내 1위 목재회사군인 동화홀딩스를,그리고 막내 승현준 회장 역시 목재기업 포레스코를 각각 맡아 경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목재업계의 거목 승 회장은 지난 16일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하지만 그가 세계 곳곳에 심어놓은 나무들은 한국경제의 큰 버팀목으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김수찬 오피니언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