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

쇄신(刷新)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은 이렇게 풀이한다. 아쉽게도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쇄신위에 대한 불신과 친이 · 친박 간의 묵은 갈등만 재확인했을 뿐 이 같은 사전적 의미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상견례를 겸하는 첫 자리라 분위기가 부드러울 만도 한데 참석자들의 얼굴에선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 시작과 함께 위원들은 작심한듯 쇄신위와 당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불만은 쇄신특위가 당 혁신의 전권을 가질 수 있느냐에 모아졌다. 이진복 의원은 "쇄신특위에서 뭔가를 만들면 당의 공식 기구가 우리말을 들어줄지 아닐지 한번도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쇄신특위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위원장과 지도부가 막지 못한다면 나는 몇번 나와 보고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은 이상득 의원 등 실세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경원 의원은 "쇄신위는 당을 혁신하려면 전권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 부분을 원 위원장이 확실히 해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로 당선돼 당으로 돌아온 이 의원은 "복당후 7개월 만에 당사에 처음 왔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당에 소외된 분들이 너무 많다"면서 "국민은 우리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아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다"고 했다. 4 · 29 재보선의 참패가 친박진영을 끌어안지 못한 결과라는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장윤석 의원은 "지난 대선의 승리는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경쟁자인 박 전 대표의 멋진 승복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면서 "총선에서 친이 · 친박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지자가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 연기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초 · 재선 의원 간담회도 참석률이 저조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초선 의원은 "쇄신특위의 당 쇄신방향이 조기전대와 원내대표 경선 연기 등 본질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진행돼 많은 의원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이런 한계를 쇄신특위가 어떻게 넘어설지 국민들은 우려스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