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에서는 공성진 안이 여 · 야간 합의된 금융지주회사법안인 줄 알고 울며 겨자먹기로 통과시킨 거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

"법사위 일부 의원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법안에 시비를 거는 스토커 역할을 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지난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 부결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 · 야 공방이 뜨겁다. 한나라당은 "이미 2월 임시국회 때 공성진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 때 처리키로 여 · 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됐는데 민주당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사위 소속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합의했던 내용을 잘 몰라서 공성진 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켜준 건 분명 민주당이 잘못한 일이지만 갑자기 박종희 안이 공성진 안으로 바뀐 건 음모"라고 반박했다.

사정은 이렇다. 민주당은 2월 국회 때 처리하지 못한 경제관련법안 중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4월에 처리키로 한나라당과 합의문을 작성했는데 그 중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박종희 안이냐 공성진 안이냐를 두고 뒤늦게 여 · 야간 해석이 다르게 나온 것이다. 합의문에는 금융지주회사법안이라고만 돼 있어 누구의 말이 맞는지 문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2월,4월 임시국회 끝날 때 작성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법안목록에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공성진 안으로 제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그렇게 합의됐으니 당연하다"고 하고 민주당은 "박종희 안으로 합의했는데 공성진 안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는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의원의 책무인 입법활동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가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원내대표 간 합의했던 법안이 누가 제출한 개정안인지도 모르는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나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공성진 안이 홍준표 안에 덧붙여져 본회의에 상정된 것도 모른 채 투표하려 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몰랐다거나 몰랐을 리 없다는 여 · 야간 공방은 누가 더 무책임한지를 다투는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