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 밀착형' 지원,녹색성장 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추진,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맞춤형 금융' 제공.국내 수출기업의 버팀목이자 해외진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내세운 세 가지 경영 키워드다. 그동안 선박 플랜트 등 중화학공업 분야 지원에 주력해왔지만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기업들을 돕기 위해 김동수 행장은 이 같은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김 행장은 "기존의 수출기업들은 물론 자원개발,녹색성장,문화콘텐츠 산업 등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은 현재의 금융위기에 가장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올해 중소기업 지원 목표를 작년의 6조5000억원보다 2배 늘린 13조원으로 늘려잡고 중소기업 지원 전담조직인 '중소기업 지원단'을 신설했다.

또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고금리 기간에 원화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190여개 중소기업(총 5000억원 규모)의 금리를 평균 1.5~2.0% 포인트 인하했다. 수출중소기업 네트워크 대출 제도를 도입해 중대형 조선사 5000여개 협력업체에 올해 모두 2조원 이상을 지원키로 했다. 이 제도는 중소 협력사들이 조선사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면 수출입은행이 즉시 해당 협력사의 계좌에 대금을 입급하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통상 중소기업이 납품 대금을 받을 때까지 2~3개월이 걸리지만 네트워크 대출을 이용하면 납품 즉시 대금을 받을 수 있어 대기업과의 어음결제로 인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원화 대출은 물론 외화 대출까지 포함해 중소기업의 모든 대출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790여개 기업이 약 2조5000억원의 만기 연장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 능력이 부족해 자금 조달에 고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특례 신용대출 목표도 작년의 2배인 2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작년 한 해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환리스크 관리에 애로를 겪은 수출기업들을 위해 100% 환헤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환위험 컨설팅 서비스는 작년 41개사에서 올해 벌써 82개사로 2배나 늘었다.

김 행장은 이 같은 경영 방침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매주 수출 중소기업 현장을 발로 누볐다. 지금까지 전국 12개 지역 20개 기업을 찾아 애로 사항을 듣고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에 이어 수출입은행이 초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녹색성장 산업 육성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에너지 효율성 개선,환경플랜트 사업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올해 1조원을 배정했다. 특히 전략 지원 분야인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전년 대비 12배나 증가한 3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이미 기업별 지원 한도를 종전 80%에서 100%로 확대하고 우대금리도 적용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의 해외 탄소배출권 확보 사업 진출을 돕기 위해 상반기 중 1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은 아니지만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탄소시장 선점을 위해선 미리 해외에서 탄소배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 지원을 위해선 인수 · 합병(M&A) 등 다양한 선진 금융방식을 활용한 '맞춤형 금융'을 통해 올해 총 2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동반 진출형' 자원개발 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유망지역의 자원 개발과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전략적 협력 모델도 발굴할 계획이다.

김 행장은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뿐만 아니라 개도국과 남북간 협력에도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해 수출입은행을 세계적인 경제협력 은행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