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주공 · 토공 통합(공공기관 선진화),4대보험 통합 징수,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그동안 처리가 늦어졌던 'MB노믹스' 핵심 법안들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의 경제 개혁 드라이브에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산분리 '족쇄' 풀렸다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핵심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조건의 완화다.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4%)를 10%로 사모펀드의 출자한도(10%)는 20%로 각각 높이는 게 골자였다.

여야는 결국 회기 종료일인 이날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다가 밤 늦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로,사모펀드는 18%로 조정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하지만 여야의 졸속 타협으로 은행법 개정의 취지가 퇴색하면서 누더기 법안이 돼버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은행권은 그나마 자본 확충 통로가 다양해져 글로벌 은행산업의 대형화 추세에 맞출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로 국내 산업자본과 연기금 등이 은행 자본 확충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해 자본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자체 증자가 더 이상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여유자금을 활용한 자본 확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산분리의 또 하나 축인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 처리됐다. 이 법안은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자회사 및 손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보험과 증권사를 거느린 대기업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당분간 어렵게 됐다.

◆주공 · 토공 통합…본사 이전 새 쟁점

한국토지주택공사법 통과로 주공과 토공을 합친 자산 규모 105조원의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이제 통합 후 본사 이전과 인력 배치 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존 혁신도시 계획에 따라 주공 본사는 경남 진주로 토공은 전북 전주로 이전할 예정이다. 통합 본사를 잡으려는 양 지역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본사 이전과 인력 배치 등에 대해서는 정부(국토해양부 장관)가 국회(소관 상임위)와 협의해 결정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 택지사업자(주공 토공 지방공사)가 교육청에 무상으로 학교용지를 공급토록 한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택지지구까지 소급 적용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는데 소급 적용 대상 지구(인천 청라 송도 등)는 택지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각각 비용을 각각 3분의 1씩 부담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1세대 3주택자와 비업무용 토지의 양도세 완화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도 무난하게 통과됐다. 이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비투기지역에 한해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이다. 현행 45%인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기본세율인 6~35%로 낮추되 서울 강남 3구(서초 · 송파 · 강남) 투기지역에만 10%의 가산세를 붙이기로 했다.

이심기/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