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4 · 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후폭풍이 불 조짐이다. 당장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안경률 사무총장은 선거 결과의 책임을 지고 30일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내주께 당무쇄신특위를 구성,전면적인 당직개편을 예고했다.

그러나 박희태 대표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명박계는 '대안 부재론' '10월 재보선 이후 재평가론' 등으로 물밑에서 박 대표를 엄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30일 "국민이 내린 채찍으로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더욱 심기일전해 경제 살리기에 신명을 바치고 서정쇄신(庶政刷新 · 정치 폐단을 고쳐 새롭게 함)으로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친이계 중진의원은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하지만 올해 10월,내년 4월에도 재보궐선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때마다 지도부가 선거 결과로 진퇴를 결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도 사퇴불가 입장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당 내부적으로는 쇄신론이 힘을 얻고 있다. 선거참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교과서를 보면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라고 했는데 한나라당은 관료집단도 아니고 엉성한 친목단체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실패의 원인을 찾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지도부가 전부 사퇴하자고 하면 무책임하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고 대안이 없다고 하면 더욱 심각하다"며 "이는 당이 무기력하고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다는 얘기로 이게 최악의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도 "당 지도부가 선거 직전 부동산 양도세 폐지 문제와 당 · 정 · 청 간 불협화음 등 불필요하게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실수를 했다"면서 지도부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의 국정 주도권이 현저히 약화될 것을 우려해 다각적인 조치가 강구될 것으로 분석했다. 물밑에선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촛불시위 1주년을 맞아 5~6월 일정 정도의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분위기를 바꾸는 차원에서 여당 출신 인사가 입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비정규직 법안 개정을 놓고 혼선을 빚은 노동부와 학업성취도 부실 평가 논란을 자초한 교육과학기술부 등 특정 부처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여권 관계자는 "장관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개각 카드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동회/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