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및 주요 채권단과 합의 타결에 성공하며 회생의 움직임을 보였던 크라이슬러가 다시 파산 위기에 놓였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업계 및 정부 측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채권단이 정부에서 제시한 부채 탕감 계획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AP는 이날 “채권단이 크라이슬러의 부채 69억 달러를 포기하는 대신 22억5000만 달러의 현금으로 상환하는 재무부의 제안을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크라이슬러의 채권 중 약 70%를 갖고 있는 JP모건,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모건스탠리는 미 재무부와의 논의 끝에 28일 채무 조정안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나머지 3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약 40개 헤지펀드가 이 계획을 거부하면서 크라이슬러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라이슬러가 30일 파산보호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채권단 대표인 JP모건체이스는 정부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일지를 채권단 표결에 부쳤으나 헤지펀드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반대 의견이 나와 이 제안이 부결됐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9일 밤 “아직 희망을 갖고 있지만, 만약 크라이슬러가 파산할 경우 절차는 매우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크라이슬러가 법정관리를 거쳐 튼튼해진 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하고 크라이슬러가 청산될 가능성은 배제했다.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 여부는 빠르면 30일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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