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각종 경기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업들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심리 또한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심지어 'U'자가 아닌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마저 감돌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근거가 미약하며 대내외적 변수들이 산재해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각종 경기 지표 청신호…"경기 바닥쳤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4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전달(57) 대비 12p 급등하며 2달 연속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황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다.

3월 광공업생산도 2개월째 마이너스 10% 초반대를 기록하면서 경기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월 대비로는 3개월 연속 증가세였으며 경기동행지수가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0.6% 감소했다.
이는 수치 자체를 놓고 보면 상당히 위협적이지만 1월에 기록한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인 -25.6%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수치이며 2월의 -10.0%와도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9일 내놓은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3.8로, 기업들이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BSI가 기준선인 100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의 일이다. 작년 6월부터 계속해서 100을 밑돌았으며 올 4월에는 86.7이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100에 근접했다. CSI는 경제생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전달 84에서 14p나 뛴 98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경상수지흑자는 66억5000만달러로 종전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0월의 47억5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경상수지는 지난 1월 16억4000만달러 적자에서 2월 35억6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처럼 각종 경기지표들이 호전된 것은 최근 환율이 연중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데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확대로 인한 신용경색 완화, 정부공사 조기발주에 따른 공공구매 확대, 경기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과 이에 따른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 변동폭 축소
금융당국과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든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올 1분기 외환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중 원달러 환율의 일중 변동폭 및 전일대비 변동폭은 각각 26.20원, 16.60원으로 작년 4분기에 기록한 45.20원, 29.20원에 비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3월중 환율이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급등락 함에 따라 일중 변동폭 및 전일대비 변동폭이 35.60원, 22.20원으로 다소 높아졌지만 지난해 4분기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금융시장의 안정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한은이 집계한 자본수지 내역을 보면, 우선 은행의 단기 차입금이 6개월 만에 9억달러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규모는 미미하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채 상환 부담에서 보다 여유로워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기바닥…글쎄'
각종 경기지표들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기 회복이 본격화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생산, 소비 등의 경기 하락세가 진정되고 환율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완화된 점이 체감경기 상승을 가져왔다"면서 "그동안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된 데 따른 기술적 반등과 새 분기가 시작한데 따른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우리 경제에 지극히 큰 부담을 주고 수출 둔화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금융불안의 재연 가능성과 경기부양 효과의 불확실성 등 하방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세계 경제는 지난해 말에서 올 2월 사이 강력한 재고 축소가 있었고 3월부터 생산이 늘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이제 관건은 소비가 회복되는지 여부"라며 "미국의 생산 관련 지표, 예를 들어 구매관리자(ISM)제조업 지수는 이미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다. 반면 소비와 관련한 지표들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미국내 소비부진이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작년 연말에 억눌렸던 소비가 풀리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소비 지표가 양호하지만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우리는 경기가 바닥을 만든 후 지속적으로 좋아지는 모습을 가정하고 있다. 주가도 이를 가정해 움직였는데 만일 경기가 더블 딥이 되거나 회복이 지지부진해지면 주식시장은 다시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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