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노후 소득 불안 해소를 위해 추진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 개정안의 처리가 상당기간 지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가입 활성화,퇴직급여제도 연속성 및 근로자 퇴직금 수급권 강화,기업 및 사업자 책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근퇴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하지 않고 6월 국회로 넘기기로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했던 근퇴법 개정안은 제출 이후 최소 6개월이라는 기간을 표류하게 됐다.

근퇴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비정규직법에 대한 여야간 의견이 심하게 갈리면서 대립구도가 형성된 데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당이 환경노동위원회를 '불량'상임위라고까지 언급하며 비정규직 법안 통과를 강행하려 하자,야당은 아예 상정 자체를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민생법안인 근퇴법조차도 아예 소위원회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근퇴법 개정안 통과 실패가 못내 아쉬운 이유는 이미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후준비 수준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데 있다.

근로자들의 노후 안정을 위해서는 '연금'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고령사회에 대비한 준(準)공적사회보장제도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중 노후보장체계의 완성을 위해 지난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5만여개 사업장에서 110만 근로자가 가입하는 등 나름대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근로자 수급권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가입을 촉진하는 데서는 제도적 미비점이 많고,근로자들의 퇴직금이 중간정산 등으로 조기 소진됨으로써 노후소득보장수단으로서의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퇴직금 총 체불액은 2800억원,퇴직금 체불 근로자 수는 3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전체 근로자의 약 60%가 노후준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가 지난 1년여간에 걸쳐 노 · 사 · 정 및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토대로 마련한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폐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비용절감 효과를 가능하게 하는 연합형제도의 도입,기업의 부채부담 해소를 위한 편법을 방지하고 근로자 노후자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하는 중간정산제 사유 제한,개인형 퇴직연금 가입대상에 영세 자영인 포함,신설사업장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등의 내용들은 근로자 노후안정을 위한 직접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초기에 미흡했던 부분들을 충분히 보완한 선진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해 왔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령화와,국민연금의 재정악화를 고려할 때 퇴직연금의 조기정착 및 안정적 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이슈이다.

더구나 경기침체기를 맞아 가구소득은 감소한 반면 물가상승 등으로 지출이 늘면서 최근 단기자금 활용 목적으로 중간정산을 실시하는 근로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저소득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노후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근퇴법이 6월 열릴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될 필요가 있다. 만약 다음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한다면 자칫 해를 넘기는 우를 범하게 된다. 더 이상 여야의 정치논리로 근로자의 노후가 멍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