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 이야기](2)질병에 적합한 영상 진단장비, 질병 조기 발견의 지름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공무원 비리로 떠들썩 일이 벌어진 후에야 공무원의 청렴지수를 체크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어느 연예인이 자살한 이후에야 연예계의 자정작업을 한다고 들썩거린다.
그러면 우리는 또 쯧쯧 혀를 찬다. 에그~ 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군..
하지만, 이 말은 비단 사회생활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특히 건강문제에 관한 한은 정말이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의 조기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병을 조기발견하면 그 치료가 수월하고, 겪게 될 후유증도 훨씬 적을 뿐만 아니라, 경비도 절감할 수 있다.
이렇듯 질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기발견은 영상의학 장비의 발전과도 비례한다. 최근 영상 진단장비의 발달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의 영역이 현격히 늘어났으며, 각종 질환의 조기 발견 역시 과거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
1895년 뢴트겐의 X-선 발견은 의학계에 커다란 혁명을 가져왔다. 사람의 몸을 열어보지 않고도 신체의 내부를 그림자처럼 투영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X-선을 모태로 영상 진단장비는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촬영)나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영상)의 발전속도는 눈부시다.
특히 CT는 MDCT(Multi-detector CT; 다중검출CT)가 도입되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 계속 움직이는 심장의 영상도 정지화면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CT가 한 번에 0.5 ~ 0.625mm의 한 단면밖에 커버할 수 없어 흉부 또는 복부를 찍으려면 숨 참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고, 20여분의 검사 시간이 걸린데 반해, 시중에 나와있는 64-slice MDCT는 한번에 64단면을 동시에 찍기 때문에 4cm 정도의 길이를 커버할 수 있어 몇 초 동안의 숨 한번 참기로 촬영이 끝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출시될 256- 또는 320-MDCT는 단 1번 내지 2번의 x-선 조사로 촬영이 끝나기 때문에 환자는 더 이상 숨을 참을 필요가 없고, 특히 신경질환으로 협조가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누워있기만 해도 검사가 되므로 몸의 이상유무를 빠르고도 정확하게 볼 수 있어 유용하다.
MRI 역시 높은 해상력으로 조직 특성화가 우수하여 뇌경색이나 각종 암 진단에 유용하다.
또한 임신 중 태아의 상태 파악이나 자궁근종 확인 등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필수 장비인 초음파 역시 많이 쬐면 인체에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진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이나 복부질환 등의 초기검사 등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CT, MRI, PET 등을 이용한 고가의 정밀 검사가 무조건 정확하고, 우선시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에 따라서는 오히려 저렴한 검사인 x-ray만으로도 효과적인 진단 및 추적검사를 할 수 있다. 타박을 입고 골절의 여부를 진단한다거나, 기침을 계속하여 폐렴이나 폐결핵 등을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는 한 장의 x-ray 사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외 위암, 십이지장염 등의 소화기 계통의 검사일 경우는 내시경 검사가 더 정확할 수 있고, x-ray 또는 초음파검사 등의 방법으로 결과가 불충분할 경우나 암이 퍼진 정도 및 다른 합병증 등의 진단이 필요할 시에 CT나 MRI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비싼 검사라고 무조건 만능이 아니므로 해당 질환에 따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진단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의 질병에 가장 적합한 영상진단 장비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병의 조기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전은주 교수)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