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시스타(Kista) 사이언스 파크라는 이름의 산업단지가 나타난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120여개 중소기업들은 모기업인 에릭슨과 함께 상생을 통해 정보통신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 혁신을 이룩한 것으로 유명하다.

핀란드의 울루(Oulu) 테크노폴리스에 있는 중소기업들도 노키아의 성장을 지원하는 환경을 함께 조성해냈다. 핀란드의 코네그룹은 협력업체들과 20년 이상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한 배를 타는' 경영환경을 구축했다. 이들은 최근 들어 경제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관계'로 상생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삼성 LG SK 등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이사장 윤종용)은 상생관계를 기업문화 활동으로 이끌기 위해 '상생문화포럼'을 결성했다.

상생문화포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관계를 상호이익 관계에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출하는 관계로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상생문화포럼의 회장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맡았다.

이 포럼은 4월 중 윤현덕 숭실대 교수,이의영 군산대 교수 등 20여명의 교수 및 연구위원으로 이뤄진 '상생문화연구회'를 창립한다. 이어 올해 상생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발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상생문화포럼은 오는 6월 초 상생문화 선포식도 갖는다. 이 선포식에서는 한국형 상생문화 모델을 개발,이를 전파해 나가기로 했다. 이 포럼은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다. 또 포스코 기은경제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 등이 지원한다.

포럼의 구성은 △상생지원 고문단 △업종별 분과위원회 △상생문화연구회 △정회원 등으로 이뤄진다. 상생지원 고문단에는 임태희 의원(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정장선 의원(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업종별 분과위원회에는 전자 자동차 조선 등 10개 업종별 상생위원회를 둔다. 전체 분과위원은 100여명의 기업인으로 짜여진다.

상생문화연구회는 윤현덕 숭실대 교수,이의영 군산대 교수,김수욱 서울대 교수,문병무 고려대 교수,김경묵 덕성여대 교수,손승우 단국대 교수,이형오 숙명여대 교수,최용록 인하대 교수 등이 학계에서 참여한다. 또 조병선 기은경제연구소장,주현 산업연구원 실장,박명길 포스코 상무,박찬식 삼성전기 상무,서명진 현대자동차 실장 등 연구계와 업계에서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윤종용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은 "상생문화포럼은 일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및 인력교류도 촉진하고 상호 자본 참여를 확대해 개방적 거래관계를 확립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불황 타개를 위해 대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상생 우수사례를 발굴,전달하는 데도 앞장서기로 했다. 안병화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상생문화운동은 상생이 대기업의 일방적 시혜가 아닌 자율적인 협력을 통해 상생문화를 조성해 나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워터맨 등 미국의 경영학자들은 상생문화와 같은 기업 간 문화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7S'가 확립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7S란 △공유가치(Shared Value) △구조(Structure) △전략(Strategy) △시스템(System) △구성원(Staff) △기술(Skill) △스타일(Style) 등을 뜻한다.

여기서 공유가치란 성과 공유뿐 아니라 한 개의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특유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기술은 세계 최고'라는 확신이 바로 그런 것이다.

구조는 협력회사와 직무설계 권한관계 거래계약 등이 잘 짜여져야 상생문화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거래관계의 구조가 허술하게 짜여져서는 서로 잘못을 헐뜯는 관계로 변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는 처음부터 구조를 잘못 만들어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전략은 자원 배분 패턴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말한다. 시스템은 경영정보를 어떻게 공유하고 의사를 어떤 단계를 거쳐 결정할 것인지 사전에 짜놔야 한다는 뜻이다. 스타일은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인사관리 및 조직관리 스타일을 말한다. 조직 스타일이 서로 인정해줄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가야 상생문화가 조성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에 결성된 상생문화포럼은 앞으로 이 같은 내용을 지닌 '상생문화 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녹색성장,지속가능 경영 등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내걸고 상생할 수 있는 풍토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10개 업종별 상생협력위원회에 속한 기업인의 참여를 유도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가능한 많이 반영하기로 했다.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은 앞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전통시장 방문 △음악회 △등반대회 △체육대회 개최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행사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각 기업별로 문화적 특성에 맞는 이벤트와 전시회 등을 개발,소비자와 일반 국민들의 호응을 받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은 앞으로 상생문화를 모범적으로 조성한 기업을 방문해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한다. 상생문화운동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