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주관으로 진행된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 문화답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자기 나라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로 재단 초청으로 방한해 한국어 집중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진주성과 한산섬에서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고 김해와 경주에서는 한국 고대사의 핵심 맥락을 짚어보았다. 울산에서는 조선,자동차 등 산업한국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둘러보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학생들이 보여준 각기 다른 반응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한국 고대문화의 유물과 건축에 관심을 가지는가 하면 어떤 학생들은 지방 축제에서 팔고 있는 음식이나 관광차 온 시골 사람들의 행락문화에 눈을 두었다. 식사시간이 되면 제공되는 식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한국 사람이라도 저마다 입맛이 다른데 30여개 나라에서 온 그들의 입맛을 어떻게 다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그들이 들이대는 카메라의 앵글과 젓가락으로 집는 반찬이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얼마 전 방한한 기 소르망 박사의 강연내용이 생각났다.

기 소르망 박사는 한국 정부가 국가브랜드를 제고한다면서 태권도와 김치 등 10가지를 전략상품으로 선정한 데 대하여 강하게 비판하였다. 수출되는 한국문화를 소비할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인데 이들이 한국문화의 어떤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혹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없이 그저 자신들이 자랑하고 싶은 상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려 한다는 것이 주요 논지였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역동적인 한국의 현대 사회가 만들어내는 삶의 방식이나 첨단 매체와 결합된 한국적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류드라마가 바람을 일으킨 데 이어 비보이의 춤사위,한국의 인터넷 열풍이 몰고 온 독특한 삶의 방식과 문화적 콘텐츠의 트렌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전에 폴란드의 한 대학에서 한국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여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처음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한국 게임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진 때문이었는데 이제 한국게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경로가 참으로 다양해졌다는 걸 말해주는 일례인 동시에 보다 소비자 편에 서서 국가적 홍보상품을 선정해야 하는 당위성을 일깨워준다.

이와 함께 어떤 상품이건 우리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보다 어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영혼과 정신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예로 닌텐도 위(Wii)의 성공신화에는 각기 자기만의 공간으로 흩어져 고립되어 있던 가족 구성원들을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드는 가족중심주의라는 철학적 배경과 게임을 하면서 운동도 챙기려는 현대인의 보편적 욕구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고자 하면 단순히 김치의 맛과 영양적 우수성을 홍보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식문화를 자연친화적인 웰빙주의를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그러한 철학적 배경을 세계에 홍보하는 전략이 긴요하다.

예컨대 한국에 자생하는 식물 중 2500여종을 먹을 수 있다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굉장히 많은 종류라고 한다. 이들을 나물로 만들거나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면 요즘 세계인들의 건강지향 트렌드와 잘 부합한다. 보다 많은 세계인의 입맛에 맞도록 다양화,간편화,고급화하는 작업과 스토리텔링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비단 식품업계뿐 아니라 기술에만 매달리다보니 서사적 콘텐츠와 철학적 빈곤의 한계에 빠져 있는 한국의 게임업계 등 다른 산업도 유념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