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증권에 대한 부실한 등급 판정으로 지탄을 받아온 신용평가사의 개편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후원으로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라운드테이블에선 학자,투자자,3대 신용평가사 최고경영진 등이 참여해 효율적인 감독 및 신용평가 시장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와 관련,마켓워치는 SEC가 국영 신용평가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은 금융위기 주범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증권의 신용등급을 아직도 제대로 낮추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독기관인 SEC는 작년 12월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용등급을 부여해온 게 위기를 키웠다고 판단,이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은 자신이 평가하고 있는 기업들의 증권 발행이나 재무 상황에 대한 자문을 담당하지 못하게 됐으며,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업 측과 수수료를 흥정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신용평가사들의 잘못된 평가 관행을 고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등급 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내에는 10여개의 신용평가사가 있지만 SEC는 3개사만을 국가공인통계평기기관(NRSRO)으로 지정했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대형 투자가들은 NRSRO에서 투자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채권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영 신용평가사 설립을 통해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금융전문가연합회의 짐 카이츠 회장은 "독과점적 시장을 개방하면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신용등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P 등은 감독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획일적인 규제와 비즈니스 모델 강요는 자칫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