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부 "기후변화, 높은 인구밀도로 새 서식 공간 좁아진 탓"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조류의 18%가 모습을 감춘 것으로 조사됐다.

경희대 생물학과 윤무부 명예교수는 기상청 주최로 15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리는 '날씨앤조이' 포럼을 앞두고 14일 공개한 발표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지난 40년간 새들의 개체수를 관측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살던 조류 350종 중 64종이 사라졌다"면서 "이는 기후변화로 서식환경이 바뀌고 인구밀도가 높아 새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좁아진 탓이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때 전국의 보리밭을 중심으로 가장 흔한 텃새 중 하나였던 종다리는 최근 거의 모습을 감췄고, 야산지역에 사는 텃새인 멧새도 90% 가량 개체수가 줄었다.

전국 인가와 논밭 근처에 살던 때까치는 해발 1천600m 이상 고산으로 서식지를 옮겼고, 대표적인 겨울새였던 민물가마우지는 이제는 강화도 앞바다 무인도에서 겨우 50여마리가 번식하고 있을 뿐이다.

여름철새들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대되고 겨울철새나 나그네새의 이동 패턴이 바뀌는 등 변화도 눈에 띈다.

뿔논병아리 등 겨울철새는 4~5년 전부터 매년 봄 북쪽 땅으로 가지 않고 팔당호와 시화호에 머무르는 개체가 몇쌍씩 관측되며, 겨울철에는 한강 밤섬에서 500여마리가 무리지어 월동한다.

또 봄.가을께 한반도를 통과하던 나그네새인 장다리물떼새와 물닭, 호사도요, 흰물떼새 등도 더이상 북쪽 툰드라로 이동하지 않고 5~6년째 충남서산과 천수만, 안산 시화호 등지에서 여름철 번식기를 맞고 있다.

윤 교수는 "최근 새들이 줄어든 한 이유 중 하나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일 수 있다"면서 "새는 환경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기상학과 조류학간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