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은행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일부 우량 은행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구제금융 자금을 되갚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연방정부는 경기 악화에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 않는 한 조기 상환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골드만삭스가 신주 발행을 통해 작년 10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00억달러를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웰스파고와 노던트러스트도 최대한 서둘러 정부의 구제금융을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형 은행 CEO 간 면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부실자산 매입을 두고도 연방정부와 은행권 간 갈등을 빚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정부는 은행들로 하여금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 관련 부실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도록 독려할 계획이지만 부실 노출을 우려한 은행들은 자산 매각을 꺼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은행들은 모기지 관련 자산가치를 1달러당 평균 91센트로 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매입하려는 가격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관련 자산 규모는 1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에서 모기지 트레이더로 일하다가 최근 기관 대상 자문업을 시작한 프랭크 파로타씨는 "시장가격으로 모기지 자산을 매각하면 살아남을 은행이 몇 곳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콜로라도주 뉴프런티어은행과 노스캐롤라이나주 케이프피어은행 등 2곳을 추가로 폐쇄했다.

이로써 올 들어 파산한 미국 은행 수는 23개로 늘어났다. 예금 15억달러를 포함해 35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뉴프런티어은행은 올 들어 파산한 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