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 공포가 확산되면서 프랑스에서 직원들이 경영진을 납치하는 '보스내핑'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보스내핑(bossnapping)'은 경영진(boss)과 납치(kidnapping)를 합친 조어다.

AFP통신은 9일 프랑스 자동차 부품업체 포레시아 노조원들이 경영진을 납치해 감금했다고 보도했다. 노조원들은 파리에서 45㎞ 떨어진 한 공장에 경영진을 억류하고 고용보장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는 영국계 자동차 부품사인 스카파그룹의 프랑스 직원들이 여성 1명을 포함한 경영진 4명을 감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세계적인 불황으로 감원과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직원들은 트럭으로 본사 출입구를 가로막고 감원 결정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최근 프랑스에 진출해 있는 건설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와 생활용품업체 3M,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 소니의 프랑스 공장에서도 유사한 보스내핑 사건이 벌어졌다. 급기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법을 어기고 경영진을 감금하는 사태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근로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경영진을 불법으로 억류하는 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근로자 중 56%가 '경제위기 속에서 실업에 대비하기 위한 보스내핑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내 정부의 강경 대응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날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파리 엘리제궁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을 협박하는 편지와 실탄 2발이 든 소포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사르코지 대통령과 내각을 비판하는 우편물이 발송됐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뿐 아니라 벨기에에서도 이날 오후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브뤼셀 판매 · 수리센터에서 회사의 감원에 반발한 직원들이 간부 3명을 5시간가량 감금했다가 풀어줬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