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프랑스와 영국에서 암 발생 확률이 '제로(0)'인 아기가 태어났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지난 2월 16일 "2000~2007년에 프랑스에서 과학적인 수정란 선별 작업을 통해 유전적 요인에 의한 암 발생 가능성을 제로로 만든 신생아를 6명 탄생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CHA의과대학교 정형민 교수는 "실제로 모든 암이 걸리지 않는 아기가 출생한 것이 아니다"며 "가족력 때문에 특정암이 매우 빈발하게 발병하는 가족의 부모가 이 암에 걸리지 않는 아기가 태어나도록 특정암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는 수정란을 선별해 시험관 아기시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을 예로 들면 유발 유전자인 'BRCA1'하나만을 걸러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것만으로 유방암을 차단하긴 사실상 어렵고 태어난 아기가 성장과정에서 유방암이 걸렸는지 여부는 향후 역학조사를 해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서도 가족력이나 유전성으로 인해 아기의 기형 또는 유전이상 빈도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수정란을 만든 다음 이들 수정란의 일부를 채취,유전검사를 실시해 유전적 이상이 없는 건강한 수정란만을 이식해 유전병이 없는 아기출산을 돕는 '착상전유전진단법'(PGD)이 종종 활용되고 있다. 한국 등 동양인은 유전병의 발병이 비교적 적지만 서양인은 많은 유전질환이 있어 PGD의 필요성이 더 크다. 예컨대 한성(限性) 유전되는 혈우병은 여성에게는 발병되지 않지만 남자아기가 태어나면 100% 유전되는 질병이다. 이런 경우엔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수정란 중에서 XX(여성) 성 염색체를 갖는 수정란을 이식해 건강한 여아만을 출생할 수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유방암 발생인자를 제거한 여아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태아의 경우 증조모 할머니 고모 등이 모두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등 모계(母系) 혈통에 유방암 발병 인자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수정란에 존재하는 발암 관련 유전자를 없애는 기술은 동물실험,그것도 생쥐 외에는 성공한 예가 없고 인간에는 아직 적용이 불가능 기술"이라며 "뭔가 잘못 이해하고 발표된 기사같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