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상회담...부실채권 처리 각론 이견

이명박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31일 오후(현지시각) 런던 다우닝가 총리 공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 등을 집중 협의했다.

이 대통령과 브라운 총리간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는 덕분인지 구면의 지인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기탄없는 대화를 이어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현재 양국은 브라질과 함께 G20 금융정상회의를 이끌고 있는 트로이카다.

브라운 총리는 먼저 "춥지도 않고 최고의 날씨에 오셨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 대통령은 "이번 G20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에 브라운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지원이 필요하다.

의미있는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세계무역을 살리려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표명했고, 브라운 총리는 "공감한다"면서 "세계 경제를 살리려면 무역이 살아나야 한다.

특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지 않느냐"며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통령은 "애석하게도 그렇다(무역의존도가 높다)"고 답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G20회의의 공동성명에 무슨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느냐"는 브라운 총리의 질문에 "첫째,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대한 강한 표현이 필요하며 둘째, 지난해 11월 워싱턴 1차 회의때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만큼 재정지출을 확대하거나 늘이는데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금융부실 채권문제에 대한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브라운 총리는 "첫째와 둘째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부실채권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방법이 다른 만큼 은행대출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공통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실채권 처리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큰 틀의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에 관한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양 정상은 북한 미사일 문제와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임박한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와 관련, 브라운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로, 한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보조를 맞춰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보조를 같이 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유럽연합(EU)이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브라운 총리는 "한국이 기부변화 문제를 선도하는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의 재정지출 상당 부분이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에 배정됐다.

이 문제에 대해 영국과 협력해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브라운 총리에게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이뤄지도록 브라운 총리가 앞장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첫 정상회담이었지만 분위기도 좋았고 상당히 생산적이었다"면서 "정상회담의 상당 부분이 통역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기자 hjw@yna.co.kr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