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올 1분기 국내 기업 인수 · 합병(M&A) 자문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영 악화로 퇴조한 틈을 타 국내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투자증권 · 굿모닝신한증권 약진

1일 한국경제신문과 연합인포맥스가 공동 조사한 '한국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1분기 M&A 재무자문 시장은 1조4126억원(7건)으로 전년 동기 14조957억원(30건)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주요 부문에서 대거 약진했다.


하나대투증권과 KB투자증권은 두산 주류BG의 매각과 인수 재무자문을 각각 맡아 거래(딜)를 성사시키며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4~6위까지는 삼일PwC 언스트앤영 삼정KPMG 등 회계법인들이 차지했다.

외국계 IB 중에서는 금호생명 본사 빌딩 매각을 자문한 JP모건이 유일하게 3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외국계 IB들이 1~4위를 싹쓸이 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소병운 하나대투증권 투자은행본부장(전무)은 "지난 몇년간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M&A 수행 능력이나 네트워크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KT · KTF 합병 등 아직 거래가 끝나지 않은 M&A 재무자문(발표기준)에서도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M&A 법률자문(완료기준)에서는 김앤장이 11건 1조8379억원으로 1위에 올랐고 광장(1조765억원) 세종(1조478억원) 율촌(5909억원) 태평양(241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1분기 채권인수 규모는 31조7878억원(1104건)으로 작년 1분기 14조1242억원(590건)보다 125% 증가했다.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특히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사채 발행은 6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배 불어났다.

우리투자증권은 SK텔레콤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 인수와 주식 관련채권 발행주관,주가연계증권(ELS)에서 3관왕에 올랐다. 소매채권 판매의 강자인 동양종금증권(2조6956억원)과 KB투자증권(2조4847억원)도 채권 인수에서 2,3위로 두각을 보였다. 유상증자와 IPO(기업공개) 부문에서는 굿모닝신한증권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 행동반경 넓혀

국내 증권사들은 정부에 '은행자본확충펀드'나 '미분양 아파트 대책'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등 싱크탱크 역할을 하며 업무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은행자본확충펀드는 우리투자증권 IB본부가 지난 3월 제안해 조성됐다. 이 덕에 우리투자증권은 은행자본확충펀드의 공동 주관사로 선정됐다.

건설사들의 아파트 미분양 문제에도 국내 IB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사 지원을 위해 안정성을 높인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제안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4044억원에 이어 지난달 4300억원 규모의 2차 발행을 주관했다. 기존 방식과는 달리 정부(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해주고 건설사는 담보를 신탁회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높게 평가됐다.

우리투자증권도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츠(부동산투자신탁)상품을 고안해냈다. 건설업체가 미분양 아파트를 리츠에 매각하고 금융사와 연기금이 매입 자금을 대고 주택공사가 운영을 맡는 방안이다. 대신 부실 책임이 있는 건설사는 매각 대금의 60~70%만 받고 나머지는 리츠에 자본금으로 내는 구조로 짜여졌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월 1582억원 규모로 이 상품을 발행한 데 이어 현재 2,3차 발행 계획을 잡고 있다.

서정환/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