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광고와 화장품 판매 광고에는 미모의 연예인이 곧잘 등장한다.

보험 광고엔 대개 나이 지긋한 유명 탤런트가 나온다.

소주 광고에도 젊고 섹시한 가수가 나와 뇌쇄적 몸동작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모두 후광 효과(halo effect)를 노린 마케팅 전략이다.

광고주는 이들을 앞세워 판매 극대화를 꾀한다.

후광 효과란 하나의 매력이 다른 인상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걸 말한다.

전혀 다른 두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이들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착각게 하는 방법이다.

주변에서 후광 효과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핸드백이라도 유명인이 들고 있으면 왠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시력이 나빠 안경을 썼는데도 쓰지 않은 사람보다 더 지적일 것이라고 예단한다.

법정에선 잘 생긴 피고가 못 생긴 사람보다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나가 나쁘면 그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것조차 나쁠 거라고 지레 해석한다.

몸이 뚱뚱하면 게으르고 머리도 둔할 것이라고 단정해버린다.

여행길에 화장실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부정적 후광효과(Negative Halo Effect)' 때문이다.

후광 효과에 단골로 동원되는 대상이 연예계와 체육계의 스타들. 인기 드라마에서 주목받거나 빅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 스타를 동경하고 추종하려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의 희열과 위안을 안겨주는 거다.

다시 예를 들면 이렇다.

광고에서 유명 연예인이 들고 나온 가방을 가짐으로써 자신도 그와 비슷하다는 심리에 빠진다.

아파트 또한 이름을 들었을 때 광고 모델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고, 자신도 모델처럼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 것으로 기대한다.

모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김연아가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그를 모델로 쓴 기업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고 한다.

김연아는 자동차, 에어컨, 우유, 화장품, 생리대 등 다수의 광고에 출연 중이다.

CF 효과가 수백억원에 이른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우승 이튿날부터 신문과 방송에는 김연아 모델 광고가 대거 출현했다.

광고 속 김연아는 해맑은 웃음과 싱그러운 몸매로 젊음을 발산하며 긍정적 이미지를 팔고 있다.

빙판의 여왕이 연출하는 현란한 몸동작과 통쾌하고 감격적인 우승 장면이 겹치면서 독자와 시청자에게 손짓하는 거다.

절정기에 이른 김연아의 후광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다른 유명연예인과 달리 안티팬이 없어 광고 효과가 그만이라니 더 그렇다.

고가의 모델료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 기업들로선 김연아 마케팅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일 것 같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광고로 마냥 재미를 볼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물론 한두 군데 기업이 광고하는 초창기에는 효과가 크다.

하지만 김연아가 여러 회사 광고에 겹치기로 마구 나오면 약발도 떨어질 수밖에 없단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인 독자나 시청자는 모델 김연아만 기억할 뿐 정작 기업이나 제품은 잘 모르게 된다.

관심이 분산되고 이미지가 혼동돼서다.

모델료가 껑충 뛴 김연아는 이래저래 좋겠지만 광고주는 기대만큼의 재미를 못 본다는 얘기. 결국 고비용 저효율의 기업만 '불쌍'해진다고 할까.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