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ㆍ加ㆍ사우디 "달러 유지" vs 러ㆍ브라질ㆍ印尼 "퇴출"
각국 눈치보며 줄서기…러시아는 별도 국제회의 제안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에서 밀어내자는 중국의 제안을 놓고 세계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과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유엔 자문기구가 새 기축통화 논의를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러시아도 새 기축통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별도의 국제회의 개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달러 기축통화 위상 변함없을 것"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의 모하마드 알 자세르 총재는 "현행 달러페그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다루는 방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중동의 BI-ME닷컴이 25일 보도했다. 중국이 새 기축통화를 제안한 직후 달러페그제 포기를 시사한 홍콩과 대조된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86년부터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연동시키는 달러페그제를 채택해왔다.
캐나다의 짐 플라허티 재무장관도 "G20 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간접 지지했다. G20 회의 주최국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이번 회의에서 새 기축통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핵심 의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는 친중파이면서도 미국 편에 섰다. 러드 총리는 26일 워싱턴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가진 연설에서 "달러가 계속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내 입장은 명확하다"며 "그것이 미래의 세계 금융과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호아킨 알무니아 집행위원이 "달러 역할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 입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는 그러면서도 "IMF에서 중국 같은 신흥국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중국을 두둔하는 모습도 보였다.
◆"달러화 의존도 낮추는 조치 필요"
달러화 공격에 적극적인 러시아의 안드레이 데니소프 외교부 차관은 G20 정상회의 이후 국제회의를 열어 새 기축통화안을 토론할 것을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31일 독일을 방문,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새로운 기축통화안에 대한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최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새 기축통화안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의 보에디오노 총재는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세계가 한두 종류의 통화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의 제티 아크타 아지즈 총재도 "새 기축통화안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이날 브라운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새 기축통화는 중요한 안건"이라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끄는 유엔 금융 · 경제개혁자문단도 IMF의 특별인출권(SDR) 기능을 확대하는 식으로 달러 중심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FT는 전했다.